[마켓인사이트] 브렉시트 덕분에 회사채 금리 '역대 최저'…불확실성 커지며 채권 수요 급증

입력 2016-07-04 16:11   수정 2016-07-04 16:17

[기업재무]
CJ E&M 첫 연 1.57% 금리로 500억 발행

기업들 이자비용 절감효과
불황 여파 회사채 공급부족도 한몫
우량사 발행금리 전달 0.25%P↓
노루페인트 등 비우량사채도 인기



[ 이태호 기자 ] ▶마켓인사이트 7월4일 오전 5시30분

다수의 우량 기업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결정을 기회로 삼아 사상 최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성을 두려워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채권에 몰리면서 채권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역대 최저금리 신기록

국내 최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회사인 CJ E&M은 지난달 30일 3년 만기 회사채 500억원어치를 연 1.57% 금리로 발행했다. 100억원당 연 이자비용이 1억5700만원에 불과하다.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 청약)을 거쳐 발행한 일반회사채 기준 역대 최저 금리다. CJ E&M은 지난달 23일 수요예측을 실시할 때만 해도 연 1.66% 안팎의 발행금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24일 브렉시트 확정 소식과 함께 시장금리가 가파른 하락을 거듭하면서 국내 기업 처음막?연 1.5%대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CJ E&M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등급 중 네 번째인 ‘AA-(안정적)’다.

비슷한 시기에 자금을 조달한 다른 기업도 모두 자체 최저금리 조달 기록을 새로 썼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2012년 수요예측 제도 시행 이래 가장 발행금리가 낮은 회사채 상위 25개가 모두 올해 나온 종목이다. 상위 25개 종목 중 절반에 가까운 10종은 브렉시트 우려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달 발행했다.

SK텔레콤(3년물 발행금리 연 1.62%, 5년물 연 1.71%), 에스알(5년물 1.69%), SK(2년물 1.70%), 예스코(3년물 1.72%) 등이 지난달 새롭게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2015년 말까지 최저기록은 CJ제일제당이 세운 연 1.805%(6월말 현재 26위)였다.

경기침체와 기업활동 위축에 따른 회사채 공급 부족도 올 상반기 금리 하락(가격 상승)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회사채 발행금액은 모두 16조1860억원(수요예측 실시 기준)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27% 감소했다.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전체 모집금액 대비 참여금액)은 2.2 대 1로 작년 같은 기간의 1.9 대 1을 웃돌았다.

특히 지난달 회사채 발행금액은 모두 2조833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달(4조2670억원)보다 34% 적었다. 채권평가사들에 따르면 ‘AA’ 신용등급 회사채 평가금리는 지난달 말 평균 연 1.62%로 6월 한 달 동안에만 0.25%포인트 하락했다.

비우량 기업도 선별적 인기

회사채 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비용 절감효과는 비우량 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투자자들의 왕성한 채권 식욕에 비해 우량 회사채 공급이 많지 않은 탓에 넘쳐나는 자금 일부가 낮은 등급 회사채로 이동한 결과다. 부실채권 투자업체인 하나에프앤아이(신용등급 A-)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9일 1년6개월 만기 채권을 연 2.75% 금리로 발행했다. 채권평가사 평가금리보다 0.55%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올 상반기 발행한 회사채 중 이자비용 절감 폭(평가금리 대비)이 가장 컸다.

노루페인트(A-), AJ네트웍스(BBB+) 등도 지난달 수요예측 때 모집금액의 두 배 이상 수요를 모으면서 예상보다 크게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여파로 회사채 발행에 유리한 환경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이후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져 채권금리가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회사별 재무적인 체력에 따라 선별적 가격강세(발행·유통금리 하락)가 이어질 것”으로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9일 기준금리를 연 1.25%로 1년 만에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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