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정의당 의원
군의 무기와 장비 도입에서 비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감사원은 최근 불량 방탄복, 불량 침낭, 성능 미달의 모의전투 장비 도입과 F-16 성능개량사업의 예산낭비 사례 등을 적발했다. 이 같은 사실이 의미하는 점은 명확하다. 아무리 강하게 규제와 감시, 수사를 한다고 해도 방산비리나 부실을 근절하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잦은 수사와 감사를 겪으면서 비리 세력이 더욱 교묘해진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비리와 부실이 발생하는 원인 그 자체를 제거하지 않고 사후에 단속하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방산비리는 정부가 지정한 방위사업체가 무기를 생산하고 납품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리를 의미한다. 그러나 감사원과 검찰이 적발한 비리는 방위사업체가 저지른 비리라기보다는 상용 물자를 납품하는 일반 업체, 또는 해외에서 무기를 구매하면서 그 업무를 대행하는 무기중개상이 저지른 납품 비리가 대다수다.
물자나 장비를 납품하는 업자와 예비역 장교가 결탁한 비리의 네트워크가 그 주범이라면 주범이다. 그렇다면 마치 방위사업체가 비리의 주범으로 인식되는 ‘방산비리’라는 용어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잘못된 진단의 산물이다.
이미 7~8년 전부터 정부는 방위산업을 사실상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혜는커녕 무기생산에 필요한 실비용에도 못 미치는 최저가입찰제도와 무리한 경쟁을 강요해 구조조정이 시급한 대표적 낙후산업으로 변모시켰다. 이런 방산을 방치하고 정부가 책임이 없다는 듯 단속과 규제만 남발하는 건 심각한 비리와 부실을 척결하지 못한 정부의 횡포와 다름없다.
그 결과 한국 방산에 어떤 결과가 초래됐는가. 스웨덴과 이스라엘은 국방비 규모가 한국의 6분의 1~7분의 1에 불과하지만 한국보다 무기 수출액은 6~7배 많다. 이들 나라는 국방비가 방산의 체질을 강화하는 효자로 작용했다. 하지만 한국은 국방비가 소모성 경비로 전락하고 말았다. 비리의 주범이 따로 있는데 기업을 윽박지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방산비리 수사가 산으로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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