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 지분 1%이상 보유 자회사 경영진에 소송 가능
재계 "소송대란 우려"
[ 김주완 기자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4일 기업 총수 견제기능 강화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종인표 경제민주화’의 첫 단추로 꼽히는 법안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의회가 거대 경제세력을 견제해야 한다”고 역설한 뒤 후속 경제민주화 입법을 준비해 왔다.
○여당 의원도 발의에 참여
이번 법안은 김 대표가 비례대표 5선을 하는 동안 처음으로 대표 발의하는 법안으로, 의원 120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더민주에서는 전체 의원 122명 가운데 107명이 발의자로 참여했고, 국민의당에서는 박지원 원내대표와 천정배 전 대표, 정동영 의원 등 12명이 참여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세연 의원이 동참했다. 다만 더민주에서는 이석현·박병석 전 국회부의장과 추미애 의원 등 15명이 공동발의자에서 빠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다중대표소송제 확대
개정안은 상법상 허용되지 않은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모회사의 자본 1% 이상을 가진 주주는 누구나 자회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책임을 추궁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아울러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할 수 있도록 했다.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집중투표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소액주주들이 원격으로 의결권을 행사토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1주당 이사 후보자 수만큼의 의결권을 줘 특정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주는 것을 허용하자는 제도다. 개정안에는 사외이사제도 개선책도 담겼다. 우선 전직 임직원의 사외이사 취임 제한 기간을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했으며, 기존 사외이사들 역시 6년 이상 연임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사주조합에서 추천하는 1인을 의무적으로 선출하도록 해 사외이사진 구성에 근로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들 “M&A 위험에 노출”
재계에서는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 기업들은 ‘소송 대란’에 직면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다중대표소송제가 입법될 경우 국내 상장사 대부분이 소송 대상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비(非)상장사 가운데서도 상장사가 30% 이상 출자한 기업 6000곳 이상(2015년 말 기준)이 잠재적인 소송 대상이라는 게 상장사협의회 추산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국내 상장사 지분을 가진 글로벌 경쟁사나 투기자본들이 의도적으로 다중대표소송제를 악용할 경우 국내 기업들은 심각한 경영 위험에 빠질 공산이 크다”며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선진국은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유일하게 도입한 일본도 100% 자회사만을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국내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수단이 사라져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되는 등의 문제가 빚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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