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스텝이 꼬인다. 바로 경유차 얘기다.
얼마 전 미세먼지 대책도 그렇다. 경유차가 배출하는 질소산화물 등이 문제라면서 노후 경유차 폐차 시 새 경유 승용차를 사면 세제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대부분 경유를 쓰는 트럭과 승합차도 고려하겠다고 한다. 경유차 때문에 미세먼지가 생겼다면서 경유차를 지원한다. 일단 배출가스가 줄어든다고 말하지만 10년 뒤엔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게 뻔하다. 대책인지 회피책인지 알 수가 없다.
더구나 경유차 혜택은 손도 대지 않았다. 환경부가 ‘유로 5’ 이상의 기준을 충족하는 경유차를 저(低)공해차로 간주해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해 주는 것이나 수도권 공용주차료 반값 할인, 혼잡통행료 50% 감면 등이 그대로다. 휘발유값의 85%로 싼 경유값 조정도 내년 6월 용역보고서를 받는 방식으로 미뤘다. 2018년 말로 예정된 유류세 조정에 의한 에너지 가격 개편에 묻어가려는 의도다. 사실상 다음 정부로 넘겨 버린 것이다.
환경부·산업부는 핑퐁게임
‘클린 디젤’의 허구성이 드러났지만 정부는 달라진 게 愎? ‘경유차는 곧 친환경차’라는 잘못된 프레임에 여전히 갇혀 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미세먼지 합동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클린 디젤’을 홍보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말하기는 했다. 중대한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언급도 했다. 그러나 남의 일이다. 경유차를 친환경차로 규정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은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라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환경부는 스스로 경유차를 친환경차나 저공해차에서 빼는 어떤 조치도 하지 않는다. 경유차를 저공해차로 간주하는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법’과 그 시행규칙, ‘환경개선비용 부담법’ 등을 올 4분기에나 개정하겠다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산업부도 다르지 않다. 당장 ‘환경친화적 자동차 촉진법’ 개정에 의지가 없다. 야당 의원이 문제의 클린 디젤차 문구를 삭제한 개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에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의례적인 말이 전부다. 산업부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의 개정법안을 반대해 무산시켰다. 그렇지만 환경부 산업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가 작년 12월 합동으로 만든 ‘제3차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에선 경유차를 친환경차에서 뺐다. 그런데도 정작 법 개정에 뒷짐을 진 채 국회 손이나 빌리려고 한다. 환경부와 산업부가 서로 책임을 안 지려고 눈치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잘못 해놓고 수습도 못해서야
정부가 경유차에 대한 정의부터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친환경차로 규정한 관련 법규를 당장 고쳐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인식과 부당 ?특혜를 바로잡을 수 있다. ‘클린 디젤’이 아니면 환경부담금을 면제·경감해 줄 근거가 없는 것이다. 환경부와 산업부가 책임 추궁을 피하려고 국회 처분만 바라보는 것은 보기에 너무 안쓰럽다. 권한을 지키는 것엔 필사적이면서 정작 할 일은 안 하면 존립할 이유가 없다. 폭스바겐이 한국을 차별하는 이유가 다 있다. ‘클린 디젤’에 아직도 미련이 있다면 안 될 말이다. 처음부터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할 일이었지만, 잘못을 알았으면 사후 수습이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이번만 넘기면 차기 정부에 자신의 자리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믿는 공직자들이 많다는 것인지.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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