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개혁해야 경제가 산다] '국회개혁 캠페인'이 의원 특권 내려놓기 불 댕겼다

입력 2016-07-05 19:04  

정치권 '한경·국선생 정치개혁 캠페인' 적극 호응

●불체포 특권 포기 ●면책특권 남용 방지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1호 서약자'는 정세균 의장
총선 앞두고 정치개혁 서약…특권 포기 선제적으로 제기
정세균 "국민 받들라는 메시지 담겨"

'묻지마 입법 발의'도 막자
무분별한 복지·지역구 민원 등 개원하자 인기영합 입법 봇물
"서약만 지킨다면 국회 바뀔 것"



[ 손성태 기자 ]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의원 특권 문제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가 불거지면서 ‘슈퍼갑’인 의원 특권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비영리단체인 ‘국격 있는 선진국을 생각하는 모임(국선생)’이 4·13 총선 때 전개한 ‘국회의원 입후보자 국회개혁 서약 캠페인’이 재조명받고 있다. 한경과 국선생은 캠페인을 통해 국회에 입성하면 관행적으로 누려온 과도한 특권과 기득권을 포기할 것을 제안했다.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특권 내려놓기 의제 가운데 상당수는 한경과 국선생 캠페인에서 제안한 것이다.

‘1호 서약자’로 참여한 정세균 국회의장(사진)은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아직도 포기해야 할 국회의원 특권이 많다”며 “서약서에 국민의 뜻을 잘 받들라는 분명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취임 후 불체포 특권 등 의원 특권 개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회개혁 서약서’는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킨 의원들의 특권과 기득권 해소를 선제적으로 제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캠페인의 서약서 첫 번째 항목은 ‘나는 국민의 기대에 상응하는 높은 도덕성과 품위 있는 언행으로 국회의 품격을 지키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주문하고 있다. 19대에서 여야 간 편 가르기식 막말 공방이 국회 파행의 주범이란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20대 국회에서 구태는 여전하다. 5일 국회 본회의 비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는 여야 의원이 삿대질과 고성을 주고받으면서 파행했다.

서약서는 또 ‘권위적인 예우와 의전을 거부하고, 후원금 등 예산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투명한 의정활동을 위해 후원금 지원금 및 예산 등 사용내역을 상세히 공표하겠다’ ‘본인 후원자 및 단체의 사적 이익을 위해 알선 압력 및 청탁 등 부정부패와 관련된 행위를 하지 않겠다’ 등 투명한 의정활동을 위한 지침을 명시하고 있다.

정홍국 국선생 사무총장은 “‘국회개혁 캠페인’의 서약 내용만 준수한다면 친인척 보좌진 채용 문제나 선거홍보 리베이트 비리 樗?발붙이지 못할 것”이라며 “현재 정치권의 특권과 기득권 포기 논의도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지 못하고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의 ‘눈먼 돈’으로 전락한 특수활동비를 전면 개편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약속했지만 번번이 공염불에 그치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한경과 국선생은 인기영합적 입법권 남발을 막기 위해 서약서에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거나 실현 가능성이 없는 복지 또는 지역개발 사업을 인기영합 정책으로 제안하지 않겠다’는 항목을 포함했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지역구 민원 및 기업규제 등을 골자로 한 ‘묻지마식 입법 발의’가 쏟아지고 있다.

국회의원 불체포 면책 특권도 개혁 대상으로 꼽힌다. 한경과 국선생은 총선 입후보자들에게 ‘개인적 피의사실과 관련해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았다. 정치권은 불체포 특권에 대해 부분적 개정을 논의하고 있지만 면책 특권 포기는 여야 간 견해차가 확연히 갈리면서 개혁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면책 특권은 국회의원이 직무상 한 발언이나 표결에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 헌법상 권리다. 새누리당은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권력을 견제할 국회의 권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상당수 의원이 면책 특권 뒤에 숨어 근거 없는 폭로정치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최근 조응천 더민주 의원은 대법원 양형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된 방송사 고위 간부가 성추행 전력이 있다면서 실명까지 공개했다. 이 같은 폭로는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면책 특권 뒤에 숨어서 ‘아니면 말고’ 식 폭로를 일삼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국회 정치발전특위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경과 국선생은 캠페인 시작 때 약속한 대로 국회 개혁을 실천하는지 계속 감시할 것이며 ‘국회 개혁 2차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특권 및 기득권 포기 등 실질적인 국회 개혁을 이끌고, 의원들의 서약을 통해 약속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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