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절박한 중국, 안일한 한국

입력 2016-07-06 17:26  

김동윤 베이징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올초 중국이 주도하는 최초의 국제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출범 관련 뉴스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보다가 살짝 놀란 적이 있다. 뉴스 아랫부분에 “경제가 망해 가는 중국이 무슨 돈이 있어서 AIIB를 만들었을까”란 한국 네티즌의 댓글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각종 어려움에 처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과도한 비관론이 한국인의 생각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듯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 경제에 대한 중국인의 생각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중순께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통계가 발표됐을 때였다. 지난 1분기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6.7%로 7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중국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중국 경제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난 한국 경제의 미래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농담조로 한 얘기지만 말속에 뼈가 느껴졌다.

“한국 경제의 미래가 더 걱정”

한국과 중국 모두 경제가 어렵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한국 경제보다는 위기 돌파를 위해 동원 가능한 정책 수단이 훨씬 많다. 린이푸 베이징대 교수와 같은 이들은 중국의 도시화율이 55%로 주요 선진국(70% 전후) 대비 낮다는 점을 들어 중국 경제의 미래를 낙관한다. 이들은 중국의 도시화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신규 투자 수요가 6조6000억위안(약 1175조원)가량 창출된다는 세계은행 추산을 근거로 대고 있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 8016달러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걸 중국 경제의 강점으로 꼽는 이들도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향후 2만달러 수준까지 높아지는 과정에서 내수 소비시장이 꾸준하게 성장하면서 중국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논리다.

중국은 ‘감세카드’까지 동원

그런데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중국이 한국보다 훨씬 절박한 것 같다. 중국은 2014년 11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으로 거시정책 기조를 경기 부양 모드로 전환했다. 이후 총 12차례에 걸쳐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다. 그래도 별 효과가 없자 올 들어선 ‘감세카드’를 꺼내들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 업무보고에서 “감세와 각종 정부 기금 징수를 취소해 기업 부담을 한층 더 덜어줄 것”이라며 “이 정책이 시행되면 기업 부담이 5000억위안(약 86조4550억원) 경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경제 시스템을 상당 부분 받아들이긴 했지만 여전히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이 신보수주의 경제정책의 트레이드 마크인 감세정책을 동원한 것은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다. 기업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지 않고서는 경기 둔화 국면을 타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나온 정책인 듯하다.

한국에선 대기업의 법인세 인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달 16일 더불어민주당이 대기업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기업 호황이 중소기업으로 전해지는 ‘낙수효과’가 크지 않은 만큼 대기업에서 세금을 더 걷어 그 돈을 보다 생산적인 부분에 쓰자는 취지다. 중국은 감세정책까지 동원해 경제 회생에 전력투구하고 있는데 한국은 법인세 인상 문제로 한동안 논란을 벌일 태세다. 한국이 경제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김동윤 베이징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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