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땐 출자금액 절반 줄어
[ 안대규 기자 ] 한진해운이 배를 짓기 위해 빌린 대출금(선박금융) 2조5000억원에 대해 만기를 3년 연장하는 대신 금리를 1%포인트가량 높여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모건스탠리의 컨설팅을 받아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국내 은행과 독일 HSH노르드방크, 코메르츠방크,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 등 해외 은행에 기존 선박 대출금 만기를 3년 연장해줄 것을 요청했다. 총 2조5000억원의 대출금 가운데 올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것부터 2019년 하반기로 3년 연장해 달라는 것이다. 연간 3000억원가량의 선박 관련 대출 상환 부담을 안고 있는 한진해운이 만기 연장에 성공하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요구해온 출자금액이 기존 1조~1조2000억원에서 최대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의 만기 연장 성사 여부는 외국 은행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진해운 선박대출은 국내 은행권이 40%, 해외 은행권이 60% 가지고 있다. 국내 은행은 만기 연장에 동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연간 1000억원씩 절감할 수 있어 한진그룹의 출자 부담금이 1조원대에서 최대 8000억원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외국 은행은 HSH노르드방크가 3000억원 규모로 가장 많고 코메르츠방크가 2000억원, 크레디아그리콜이 2000억원가량을 대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ING 스탠다드차타드 BNP파리바 도이치방크 등도 대출해줬다.
채권단 관계자는 “일부 은행에 만기를 연장해주면 금리를 1%포인트 정도 높여주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다”며 “외국 은행들은 만기가 길어질수록 담보 선박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으로 재무적 리스크를 2018년 이후로 미루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산업은행이 한진해운 부족 자금에 대해 대주주인 한진그룹에 직접 출자를 요구하지 않고 대출 만기 연장을 유동성 확보로 인정해주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대출 만기 연장에 성공하더라도 재무적 부담은 2018년 이후로 미뤄진 것일 뿐 없어진 것이 아니다”며 “그때도 해운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현재의 조치들이 산업은행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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