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SUV가 스포츠카 흉내를 낸다…포르쉐 '마칸 GTS'

입력 2016-07-10 08:35  

'파나메라 SUV' 같은 포르쉐 막내
세단형에 가까운 승차감…제로백 5초대 주파하는 고성능




[ 김정훈 기자 ] 빨란색 포르쉐 마칸 GTS. '마칸'이라는 이름 외엔 아무런 정보도 없이 시승차에 올라탔다.

엔진 시동을 켰다. 뒷편에서 '으르렁' 거리는 배기음이 경쾌하게 터진다. 가속 페달을 밟자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속도가 붙었다. 순간 가속을 돕는 토크 힘이 굉장하다.

계기판을 보기 전엔 디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줄 알았다. 알고보니 가솔린 모델이다.

포르쉐가 한국에서 인기를 끈 배경은 '카이엔' 덕분이다. 2도어 스포츠카 전통을 버리고 공간 활용성이 좋은 대형 SUV를 내놓자 세계 여러 국가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포르쉐는 카이엔 열풍을 이어가기 위한 다음 단계의 차를 고민하게 됐다. 그 주인공이 바로 중형 SUV 마칸이다.


마칸 GTS는 포르쉐코리아가 지난 5월 한국에 출시한 최신형 모델. 2014년 우리나라에 건너온 마칸은 그동안 4개 라인업이 나왔고, 올 상반기 고성능 'GTS' 트림이 새 식구로 합류했다.

GTS는 '그랜드 투어링 스포츠'의 약자. 고성능 엔진을 얹어 성능을 높인 투어링카(장거리 주행을 편안히 할 수 있는 차)로 보면 된다.

지난 2일 서울 도심에서 마칸을 몰아보니 기분이 나질 않았다. 교통 체증으로 달릴 수 있는 구간이 별로 없어서다. 6기통 3.0L 바이터보 엔진은 달릴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는데 과속단속 카메라는 곳곳에 속도를 제한했다.

다음 날은 시외로 나갔다. 교통량이 적은 46번과 37번 국도를 이용해 청평, 설악면, 유명산 자연휴양림, 양평 일대를 달려보니 마칸 GTS의 진가가 나왔다. 특히 커브길에서도 단단한 접지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운전석에 앉으면 SUV 느낌은 별로 없다. 시트 포지션도 낮아 4도어 파나메라 세단에 탄 것 같다.

주행모드를 스포츠 또는 스포츠플러스로 변경하면 고성능 스포츠카를 타는 맛도 낼 수 있다. 운전자 허리를 감싸주는 스포츠버킷시트와 운전대 뒤에 부착된 패들시프트는 고성능 DNA를 품고 있다.

일반 주행에선 80㎞/h 속도에 7단 기어가 반응한다. 엔진회전수 1200rpm만 있으면 충분하다. 스포츠모드로 바꾸면 같은 속도라도 기어 5단에서 2000rpm으로 엔진 반응이 빨라진다. 스포츠 주행 중 스포츠플러스로 전환하면 엔진회전 반응은 2배로 치솟는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도 눈 깜짝할 사이 붙는다. 제원을 찾아보니 5.2초에 주파한다.


실내 인테리어 모양은 파나메라와 비슷했다. '파나메라 SUV 스타일'?표현해도 괜찮을 것 같다.

계기판 디스플레이 오른 편은 운전자가 주요 기능을 조작할 때마다 화면이 바뀐다. 3개의 원형계기판은 시인성이 좋다. 다만 7인치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최신형 독일 럭셔리카보다 작은 편이고 조작도 불편하다.

마칸은 지난해 한국에서 844대, 올 상반기에 353대가 팔렸다. 마칸 GTS 가격은 9790만원(기본형). 다양한 옵션이 다 들어간 시승차 가격은 1억3080만원이다.

직장 선배는 마칸 GTS가 1억원이 넘는다고 하자 "생각보다 비싸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싸긴 해도 여유가 있다면 마칸은 소유욕을 자극하는 얄미운 차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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