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산책이 요즘 트렌드
국립공원 중 북한산만 감소…구룡산·청계산 등산객 몰려
붐비던 대남문코스 주말 '한산'
장사 접은 등산복 매장 즐비, 음식점 매출 줄어…상권 타격
[ 황정환 기자 ] 10일 오전 9시 서울 구기동 북한산국립공원 대남문코스 입구. 일요일인데도 등산객이 많지 않아 한산했다. 이곳은 북한산 등산로 12개 가운데 등산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주변에는 ‘매장을 임대한다’는 문구를 내건 등산복 판매점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등산객 감소와 함께 북한산 주변 상권도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산 방문객 8년 새 40% 줄어
서울의 유일한 국립공원인 북한산을 찾는 등산객이 8년 새 40% 가까이 줄었다. 둘레길 산책 등 가벼운 야외활동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면서 산세가 험한 북한산의 인기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북부와 경기 고양시에 걸쳐 있는 북한산은 백두산 지리산 금강산 묘향산과 함께 ‘대한민국 오악(五嶽)’으로 꼽힌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2007년 1019만명에 달하던 북한산국립공원 방문자는 지난해 637만명으로 급감했다. 올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은 259만여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274만여명)보다 15만명(5.8%) 감소했다. 2007년 이후 매년 평균 40만~50만명씩 줄어드는 추세다.
전국 16개 산(山) 국립공원 중 매년 방문객이 줄어든 곳은 북한산뿐이다. 2007년 80만명 수준이던 한라산국립공원 방문객은 지난해 126만여명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오대산국립공원을 찾은 사람은 118만명에서 170만명으로 늘었다. 한 등산복 판매업체 직원은 “가파른 산 정상을 정복하기보다는 걷기 편한 둘레길을 산책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며 “위험한 북한산 대신 관악산 청계산 등 완만한 산에 오르는 등산객이 많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등산로에서 만난 이병훈 씨(61)는 “산악회 활동을 30년 넘게 하고 있는데 회원들이 고령화되다 보니 북한산같이 험한 산보단 야트막한 산을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둘레길 조성으로 등산객 분산
서울시의 ‘서울 둘레길’ 프로젝트도 북한산 등산 수요를 줄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서울 둘레길은 서울시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15개 산 등산로를 연결해 조성한 도보 중심 길이다. 북한산국립공원 관계자는 “과거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산들이 둘레길 프로젝트를 통해 발굴돼 등산 수요를 분산시켰다”고 말했다. 등산객이 북한산 대신 구룡산(서초구 염곡동), 대모산(강남구 개포동), 일자산(강동구 길동) 등을 주로 찾는다는 설명이다.
등산 문화의 변화는 주요 등산로 입구에 있는 음식점과 등산복 판매점 등의 상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등산복 제조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문가용 등산복을 입은 등산객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엔 가벼운 옷차림으로 동네 뒷산에 오르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업체들도 가벼운 아웃도어 활동에 어울리는 등산복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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