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상권 '흔들'…월세 1천만→650만원 '뚝'

입력 2016-07-10 18:36  

신사역 인근으로 성형 수요 분산…중국인 의료 관광객 감소

1년 이상 공실 둔 건물 속출…임대료 20% 떨어진 곳도 등장
대형 성형외과병원 들어서는 신논현역 상권 등과 경쟁 격화



[ 설지연 기자 ] 국내 ‘성형 메카’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지하철 3호선) 일대 상권이 흔들리고 있다. 개인 성형외과병원이 주로 몰려 있는 이 일대 건물 중 수개월에서 최대 1년 이상 공실로 비어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임대료도 15~20%가량 떨어진 건물이 생겨나고 있다.

내수 경기 부진으로 국내 성형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데다 한국을 주로 찾던 중국인 성형 관광객 상당수가 대만, 일본 등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빚어지고 있는 현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다 신사역(3호선)과 신논현역(9호선) 일대에 한 건물을 통째로 사용하는 기업형 성형외과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성형 수요도 분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늘어나는 공실에 임대료 ‘뚝’

강남구청 등에 따르면 압구정역 주변에 자리 잡은 성형외과는 220여곳이다. 논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압구정역 3번과 4번 출구 대로변은 절반 이상이 성형외과다. 중국어 병원 간판?눈에 띈다. 주로 개인이 운영하는 중소형 병원이다.


부촌 이미지가 강한 데다 서울 강북과 지방에서도 찾기 편리한 교통 요지여서 2000년대 들어 성형외과가 우후죽순으로 자리 잡았다. 입소문을 타고 내국인뿐 아니라 미용 성형을 원하는 중국인 관광객까지 몰리면서 성형외과 중심지로 부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부터 압구정 성형외과 상권이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신사동 이면도로에선 ‘성형외과 임대’라고 적힌 현수막도 군데군데 찾아볼 수 있다. 내수 경기 부진 속에 작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중국인 의료 관광객 상당수도 대만 등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인근 A공인중개 관계자는 “10여년 동안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000만원 받던 건물이 1년 가까이 안 나가자 건물주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50만원으로 낮춰 계약했다”며 “압구정 대로변은 성형외과 아니면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업종이 드물어 월세를 50만~100만원 깎아서 내놓지만 그래도 쉽게 안 나간다”고 말했다. B공인 대표도 “건물을 통째로 쓰는 대형 병원은 자금력이 있다 보니 견딜만 하지만 165~330㎡ 규모 중소 병원이 들어 있던 건물은 공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2년 전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800만원 받던 논현로 대로변 J성형외과 건물 2층도 월세 16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지만 1년 ”樗?임차인을 못 찾고 있다.

◆의료 관광객 줄고 성형 수요 분산

압구정 상권의 위축은 지난해부터 의료 관광객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한국에서 성형외과 진료를 받은 외국인은 3만6224명에 달했다. 이 중 2만480명(56.5%)이 강남구 내 성형외과를 찾았다. 하지만 지난해 강남구 내 성형외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전년의 60% 수준인 1만2000여명(강남구보건소 집계)에 불과했다.

대형 성형외과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압구정 병원 상권의 침체 이유로 꼽힌다. 2010년부터 신사역과 신논현역 주변으로 기업형 성형외과가 생겨나며 수요자를 끌었다. 신사역 주변에선 가로수길 인기를 업고 그랜드성형외과, 쥬얼리성형외과, 아이디성형외과 등이 들어섰다. 이곳은 노선상업지역이어서 10층 이상 건물을 지어 통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압구정역 주변은 2·3종 일반주거지역이라 5~6층 정도밖에 올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신논현역 주변이 뜨고 있다. 2009년 지하철 9호선 개통 이후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공항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게 강점이다. 신사역 인근 C공인 대표는 “압구정역 인근에서 활동하던 성형외과 의사들이 뭉쳐 이 일대에 대형 병원을 세우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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