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3 등 '유로6' 포함 인증취소 대상 7만9천대
배출가스 조작 미온적 대응에…검찰·정부, 고강도 압박
[ 심성미 기자 ]
‘세기의 배기가스량 조작 사태’에도 폭스바겐은 유독 국내 시장에서만큼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과징금 141억원을 부과받은 게 전부다. 오히려 ‘깜짝 세일’을 이어가며 판매량을 늘려 눈총을 받았다. 배기가스량 조작 혐의가 단종된 유로5 차량에만 적용된 탓이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배기가스 조작 여부를 수사하던 검찰이 폭스바겐이 차량 인증을 받을 때 내야 하는 소음과 배기가스 시험 성적서를 조작해 환경부에 제출한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해당 차량에 인증취소나 판매정지 처분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검찰이 인증 서류를 조작했다고 판단한 차량에는 유로6 차종이 대거 포함돼 있다. 환경부의 인증 취소 조치가 이뤄지면 폭스바겐은 국내에서 사실상 퇴출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폭스바겐 66 ?판매정지
환경부가 검찰에서 넘겨받은 인증서류 조작 차종은 △유로6 차량 24종 △판매가 중단된 유로5 차량 4종 △휘발유 차량 51종 등 총 79종이다. 이 중에는 골프 2.0, 티구안 2.0, 아우디 A3 등 폭스바겐에서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유로6 차량도 대거 포함됐다. 해당 79개 차종은 국내에서 약 7만9000대 판매됐다. 2007년 이후 국내서 판매된 폭스바겐 전체 차량(약 30만대)의 26.3%다.
유로6 차종과 함께 휘발유 차량 중 단종된 모델(9종)을 제외한 42개 차종에 인증취소 처분이 내려지면 폭스바겐은 해당 차종을 국내에서 신규 판매할 수 없게 된다. 유로5 차종과 일부 단종된 휘발유 차종에도 인증취소 처분이 내려지지만 실제 미치는 영향은 없다. 이미 단종된 차종이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들 차종은 배출가스량 조작 여부를 재조사한 뒤 문제가 있는 차종에 한해 리콜 명령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검찰 조사가 이미 끝났기 때문에 폭스바겐에 소명 기회를 주더라도 환경부의 행정조치 계획이 철회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등에 불 떨어진 폭스바겐
이번 조치는 그동안 수사 협조나 국내 소비자 피해보상에 미온적이던 폭스바겐을 본격 압박하기 위한 검찰과 정부의 ‘합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배기가스량 조작 여부를 수사해온 검찰 측은 “폭스바겐이 자료 제출 요구에 제대로 응한 적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해왔다. 환경부 역시 “폭스바겐이 배출가스량 조작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을 리콜 계획서에 명시하라는 요구를 모른 척하고 있다”며 계획서를 세 차례 반려했다.
지난달 폭스바겐이 미국 폭스바겐 차주에 153억달러(약 17조9000억원)를 배상하기로 결정한 반면 국내 소비자 보상책에 대해서는 “임의설정이 맞는지 법률 해석이 필요하다”며 이중적 태도를 보인 것도 논란이 됐다.
폭스바겐 내부에서는 고강도 행정 처분이 내려지면 국내에서 판매·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국내에서 지난 10년간 총 30만대를 팔았는데 8만대에 대해 리콜, 판매정지를 하면 당장 사무실이 유지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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