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글로벌 주요 은행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금융 관련 펀드 수익률도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 주요 은행의 경우 부도 위험은 높아졌고 주가 급락으로 시가총액은 급감했다. 증시 안팎에서는 은행들이 또 다른 금융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2일 펀드평가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해외주식형펀드 가운데 '금융 업종'(섹터) 펀드의 수익률 부진이 심각하다.
지난 8일 기준으로 한달 동안 금융 섹터 수익률은 -5.87%로 전체 해외주식형 수익률 -1.70%을 크게 밑돌았다.
범위를 3개월로 넓혀도 금융 섹터 수익률은 -1.49%에 머물러 전체 해외주식형(1.01%)을 하회했다.
올해 초 이후 금융 섹터 펀드 평균 수익률은 -9.24%로 헬스케어(-12.17%)와 함께 섹터 펀드 중 최하위 수준이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한국운용의 '한국투자월스트리트투자은행1' 한달 수익률이 -10.16%로 가장 저조했다.
피델리티운용의 '피델리티글로벌금융주자'와 삼성운용의 '삼성코덱스합성-미국금융상장지수'도 각각 -6.76%, -5.33% 수익률에 그쳤다. '한국투자월스트리트투자은행'은 3개월 수익률로도 -4.41%로 부진했다.
금융 섹터 펀드 부진은 글로벌 주요 은행들이 저금리와 브렉시트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가뜩이나 저금리로 은행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브렉시트 충격까지 겹치면서 부실대출 등 구조적 문제가 재부각했다. 특히 유럽 주요 은행은 부도 위험이 치솟았고 시가총액은 급감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 CDS 프리미엄은 올 들어 158.1bp(1bp=0.01%) 폭등해 글로벌 주요 은행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 크레디트 스위스 CDS 프리미엄도 올 들어 각각 91.1bp, 89.8bp 뛰었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미국 주요 은행 CDS 프리미엄 또한 20bp 이상 올라 100bp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CDS 프리미엄이 올라간 것은 기업의 신용도가 낮아져 채권을 발행할 때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의미다.
올 들어 글로벌 30대 주요 은행의 시가총액은 21% 급감했고, 이 중 브렉시트 이후 증발한 시가총액만 절반에 달한다. 도이체방크와 유니크레디트, 크레디트스위스 주가는 올 들어 이미 50~60% 떨어졌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주요 은행의 주가는 금융 위기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불확실한 정치 경제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은행주에 대한 우려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공조는 유동성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는 유럽 등 주요 은행이 겪고 있는 수익성 악화와 규제 강화라는 구조적 문제의 해결 駭?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익성과 규제에 대한 정책 변화가 없는 한 유럽 은행 등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갖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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