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설계] "노후자금 5억 마련"…구체적 재무목표 세워야 달성하기 쉽다

입력 2016-07-12 16:29   수정 2016-07-12 16:33

장경영의 재무설계 가이드
<13> 재무목표 세우기

장경영 <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




“영어,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학생과 직장인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고민이다. 그래서 ‘영어 말문이 트이고 귀가 뚫리는 비법’ ‘영어 단어 암기 비법’식의 온갖 해결책이 쉴 새 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것 말고 효과가 뛰어난 방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영어 시험 목표 점수 잡기’다. 자신의 영어 실력을 측정할 수 있게 토익, 토플, 텝스 등 영어 시험 점수의 목표를 잡으라는 말이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방법, 저 방법에 돈과 시간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해서는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어 쉽사리 포기하게 된다. 그런데 ‘연말까지 △△시험 점수를 몇 점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를 정한다면 어떨까. 구체적인 시기와 목표 점수가 생기는 만큼 그것을 달성하려고 더 노력하게 된다.

국가나 조직에서 사용하는 비전은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을 제시해 구성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수단이다. 좋은 비전은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우면서 구체적이어야 한다.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우주 개발 비전으로 “앞으로 10년 내 우리는 사람을 달에 올려놓겠다”고 말했다. 이는 좋은 비전의 조건을 고루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만약 케네디가 “미국은 우주 개발의 초일류 국가가 되겠다”고 모호한 비전을 밝혔다면 과연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을까.

재무설계에서도 영어 목표 점수나 케네디의 비전처럼 구체적인 지향점을 머릿속에 그려놓아야 한다. 재무목표 수립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목표가 정해지면 계획을 세우게 되고, 그 계획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찾아서 실행하게 된다. 그만큼 재무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두 가지 쉬운 목표를 달성하면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이것은 새로운 재무목표에 도전하는 힘이 된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사회초년생들에게 적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스로 세운 재무목표를 위해 성실하게 실천한 결과인 목돈을 손에 쥐었을 때의 성취감은 사회초년생들이 다른 재무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자극제가 된다.

목표설정이론에 따르면 어느 조직에서 목표가 구체적일 때, 다소 어렵더라도 달성가능할 때, 마감시한이 있을 때 가장 좋은 성과가 난다. 또 목표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주변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분명한 만큼 환경 변화에 적응하려는 의지가 강해진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이런 점은 재무목표에서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한 것을 아는 사람들도 재무목표 세우기를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나요?” “대강 어느 정도 금액이 언제쯤 필요하겠거니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충분해요” 등의 반응이 특히 많다. 하지만 머릿속으로 대충 생각하는 것만으로 재무목표를 세웠다고 말할 수는 없다. 케네디의 비전처럼 구체적인 시기를 필요한 금액과 함께 정리해야 한다. 재무설계 상담을 해주는 재무설계사를 만났을 때 “은퇴하고 나면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자녀 결혼자금은 어느 정도 생각하세요?” 등의 질문을 받는다. 재무설계사들은 고객의 재무목표를 최대한 구체화하기 위해 그런 질문을 던진다.

재무설계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재무목표를 세울 때도 마찬가지다. 결혼 자금, 내 집 마련, 자녀 교육비용, 자녀 결혼자금, 노후자금 같은 대표적인 재무목표 중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는 것을 골라서 정리해야 한다. 이 밖에 몇 년 뒤에 새 자동차를 사고 싶다거나 해외여행을 가고 싶어서 필요한 비용을 모으고 싶다면 그것도 역시 재무목표가 될 수 있다. 여러 재무목표 중에서도 노후자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재무설계 상담을 받고 싶은 재무목표 중에서 은퇴설계가 28.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간혹 필자에게 노후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 뭔가 참고할 만한 기준을 궁금해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노후자금 목표는 스스로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필요한 월 생활비(노후자금)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신이 꿈꾸는 은퇴 후 삶과 관련해 배우자와 대화를 나누는 게 은퇴 재무목표 설정의 첫걸음이다.

장경영 <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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