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가 바꿔놓은 유럽] 차판매 사상 최고…빈 사무실은 증가

입력 2016-07-12 18:07  

마이너스 금리 '반쪽 성공'

소비 늘었지만 기업들은 투자 꺼려



[ 김우섭 / 박동휘 기자 ] 중앙은행들이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의 최종 목표는 ‘국내 수요 회복’이다.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전 단계인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는 의미 있는 경기 회복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어떨까. 마이너스 금리의 성공 여부를 벌써 판단하긴 힘들지만 파급 경로가 주택 건축, 자동차 수요 증가 등 실물 경제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일찍 도입한 덴마크(2012년)는 “기준금리가 떨어지자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반응하면서 소비가 늘어나는 등 부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요헨 비더만 독일금융협회 고문)”는 분석도 나온다.

덴마크의 자동차 판매량은 올 들어(1~5월) 9만3128대까지 늘어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2012년(6만9395대)보다 34.1%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수요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 투자는 제자리걸음이다. 덴마크 기업의 투자 증가율은 2012년 이후 꾸준히 0%대를 기록하고 있다.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이 늘면서 지난 4월 덴마크 공장과 사무실 공실률은 각각 13.4%와 12.7%를 기록했다. 이 나라의 주택 공실률은 3.0% 수준이다. 모르튼 라르센 덴마크 부동산협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민간 소비와 부동산 경기만 살아나는 절름발이 경제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웨덴 등의 지역에서는 부동산 호황 시기에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종의 ‘대차대조표 불황’이다. 빚을 진 경제주체들이 소비 지출을 자제하고, 빚 갚기에 나서면서 수요 부진이 장기간에 걸쳐 이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유럽중앙은행(ECB)에서 마이너스 금리로 대출을 받은 은행들이 자국 국채에 투자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랠프 솔빈 독일코메르츠뱅크 리서치센터 부센터장은 “이탈리아 은행의 상당수는 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Ⅱ)에서 받은 저리(-0.4%) 자금으로 자국 국채 매입에 나서고 있다”며 “마이너스 금리로 풀린 돈이 기업 투자에 쓰이지 않는 정황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펜하겐=김우섭/스톡홀름=박동휘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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