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을 어찌하리오 上] 좋은 투자처일까 미공개정보의 늪일까

입력 2016-07-13 14:45  

[ 박상재 기자 ] 인수·합병(M&A)만을 위해 상장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들의 이상 급등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스팩은 실제 영업 활동이 없는 페이퍼컴퍼니다.

13일 오후 1시49분 현재 엘아이지이에스스팩은 전날 대비 190원(5.42%) 하락한 3315원을 기록 중이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주 말부터 두 차례 상한가(가격제한폭)를 기록할 정도로 급등세다. 전날에는 장중 23% 이상 치솟은 이후 매물이 쏟아지면서 장막판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는 등 변동 폭도 상당했다.

엘아이지이에스스팩은 아직 구체적인 합병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곳이다. 스팩은 합병을 위한 서류상 회사로 M&A 대상을 결정할 때까지 주가가 큰 폭으로 뛰어오를 이유가 없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2일 엘에아지이에스스팩을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상장된 스팩은 총 97곳이다. 이 중 합병을 마치거나 진행 중인 곳은 39곳이며 9곳은 3년 이내에 합병을 마무리 하지 못해 상장이 폐지됐다. 아직까지 절반인 49곳(50.5%)의 스팩이 합병 계획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스팩의 이상 급등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하나머스트3호스팩은 지난달 13일과 비교해 50% 가까이 뛰어올랐다.

하나머스트3호스팩은 지난해 9월 판도라티비와 합병을 결정했다가 번복한 상황이지만 주가의 급등락이 반복되고 있다. 주가 급등 사유를 캐묻는 거래소의 조회공시 답변에도 전날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스팩 합병에 관한 내부정보가 먼저 시장에 나돌았을 가능성을 제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합병 공시가 나오기 전 거래량이 늘어난 것 자체가 내부정보 유통의 증거"라며 "합병 정보는 스팩 가치의 전부인 만큼 투자에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콜마비앤에이치 재무담당자들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이들은 미래에셋2호스팩과 합병하는 정보를 누설한 혐의를 받았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스팩 주가가 오른 것은 대부분 합병 대상 정보가 시장에 퍼진 경우"라며 "일부 세력은 거짓 정보까지 퍼트리는 등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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