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태웅 기자 ] 이용호 북한 신임 외무상(사진)이 오는 26일 라오스에서 열리는 제23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하기로 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무상에 임명된 이후 첫 대외 행보인 데다 북핵과 ‘사드(THAAD·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을 놓고 한반도와 주변 정세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어서다.
노동당 일당독재인 북한에서 행정부 각료에 해당하는 외무상의 역할은 제한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외교라인을 중시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스위스 대사를 지내며 당시 스위스에서 조기유학 중이던 김정은을 보살핀 이수용 전 외무상은 지난 5월 노동당 당대회에서 노동당 정치국 위원,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담당) 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수용의 뒤를 이어 외무상이 된 이용호는 당대회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출됐다. 전임 이수용이 당대회 이전 당 중앙위 부부장 겸 후보위원이던 것에 비하면 파격적인 승진이다. 이용호는 또 7월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에 올라 다른 행정부 각료보다 실세임을 과시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이용호는 백남순 박의춘 등 이전 외무상들과 달리 영어가 유창하고 서구문화에도 익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외국어대 영어문학과를 졸업한 뒤 1978년 외무성에 들어간 그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로 5년여간 근무하기도 했다.
이용호는 이전 외무상들과 달리 6자회담 수석대표로 활동하는 등 북핵협상을 직접 담당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용호는 2012년 미국과 북한 간 ‘2·29 합의’ 당시 실무협상을 맡아 국제합의를 이끈 경험도 있다. 2·29 합의는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영변 우라늄 농축 활동의 임시 중단 등을 대가로 미국이 북한에 식량 24만t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마지막 결단이었으나 11월 그가 사망하고 실제 합의 발표는 이듬해인 2012년에 이뤄졌다. 이 합의는 그러나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해 4월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하면서 발표 2개월 만에 또다시 파기되고 말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남중국해 문제와 북한의 잇단 무수단 미사일 발사, 한국의 사드 배치 등 대결국면이 격화되는 가운데 북한의 외교수장으로 처음 국제무대에 데뷔하는 ARF에서 이용호가 어떤 발언을 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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