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측근 3인방 합류
대북제재에 갇힌 김정은
경제실패 위험 박봉주에 떠넘겨
[ 박상익 기자 ] 북한이 노동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4년간 연평균 1% 이상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의 경제난이 고착화하고 있는 데다 남북한 간 경제력 차이가 커지고 있어서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4차 회의를 통해 권력기구 개편을 마무리했다. 최고인민회의 전에 열린 제7차 노동당 대회에서 당 위원장이 된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가 수반 자리인 국무위원장에 오르면서 아버지 시대와의 결별을 선언한 것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그는 당 핵심 기관인 비서국을 정무국으로 고친 데 이어 그동안 북한 국정을 주도한 국방위원회를 국무위원회로 변경했다. 김정은을 보좌할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에는 황병서(총정치국장), 최용해(정치국 상무위원), 박봉주(내각총리)를 임명했다. 국무위원은 김기남(선전선동 분야 당중앙위 부위원장), 박영식(인민무력상), 이수용(국제부장), 이만건(군수공업부장), 김영철(통전부장), 김원홍(국가안전보위부장), 최부일(인민보안상), 이용호(외무상) 등으로 구성했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통해 인민생활 향상을 중심과업으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국무위원회 조직 구성을 보면 북한 내 ‘경제통’들이 박봉주 총리 외에는 보이지 않아 북한이 경제 발전에 얼마나 큰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국무위원회 명단을 보면 박봉주 총리 외 경제 담당 간부는 전무하다. 오수용(당 계획재정부장), 곽범기(당 경제담당 부위원장), 노두철(당 정치국 위원), 안정수(당 경공업부장) 등 북한 노동당에서 경제를 총괄하는 이들의 이름은 모두 빠졌다. 김정은과 당 수뇌부가 경제를 직접 맡아 운영했다가 실패할 경우 부담해야 할 위험이 너무 크기에 내각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 대회와 최고인민회의에서 발표한 ‘5개년 전략’에도 세부 실행 방안, 생산 목표 등 구체적 계획이 전혀 언급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북한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독이 든 성배’를 든 박봉주 총리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박봉주는 북한 경제의 사령탑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함경북도 성진(현 김책시)에서 출생해 덕천공업대학을 졸업했다. 1962년 평북 용천식료공장 공장장을 시작으로 1980년 6월 당 중앙위 후보위원으로 뽑혔다. 1983년에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 당위원회 책임비서, 1998년에는 장관급인 화학공업상에 올랐다. 2002년 10월에는 북한 경제시찰단 자격으로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과 함께 남한을 8박9일 방문해 국내 산업현장을 관찰했다. 그해 7월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이끌었으나 안팎의 반대에 부딪혀 좌천되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이후 2012년 4월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경공업부장 자리에 올랐으며 이듬해 3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위원이 됐다. 북한 경제 일선에서 내각 총리에 오른 만큼 북한 경제 문제에서 박봉주를 능가할 이는 없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박 총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목표는 인민경제 전반을 활성화하고 경제부문 사이 균형을 보장해 나라 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내각은 에네르기(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면서 인민경제 선행 부문, 기초공업 부문을 정상궤도에 올려세우며 농업과 경공업 생산을 늘려 인민생활을 결정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을 중심과업으로 틀어쥐고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초경제 분야인 농업, 경공업을 활성화해 주민 생활 안정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각 분야 발전을 언제까지 어떤 식으로 이뤄내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나름대로 전략 수행 체계를 갖춘 것으로 보이지만, 생산목표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대북제재 아래에서 외부 투자 없는 ‘자강력 제일주의’로는 한계가 있어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주민들에게 내세운 경제개발 전략의 성패는 5년 뒤 확인할 수 있다. 만약 각 분야 경제 상황이 더디게 발전하거나 오히려 퇴보한다면 주민 불만을 잠재울 수 없다. 그럴 때 책임을 지고 희생해야 하는 인물은 박봉주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5년 후가 되면 김정은 정권의 경제 실패를 증명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며 “박 총리가 화폐개혁의 실패로 처형당한 제2의 박남기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이 무리한 경제 정책을 추진할수록 경제 붕괴를 몰고올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한국수출입은행 창립 40주년 기고문에서 “북한 내 사금융이 발전한 역사적 기원은 무리한 속도전에 따른 경제 불안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북한 경제가 나빠지기 시작한 시점이 1970년대 속도전과 기념비 건설에 치중하면서부터였다”며 “당시 전개된 70일 전투는 속도와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주의 경제 원칙을 무너뜨려 북한 경제 쇠락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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