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내각 절반 여성 임명 관측…재무장관 인선 촉각
[ 이상은 기자 ] “당신에게 의회의 신임이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13일 오후 런던 버킹엄궁을 찾은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에게 이같이 말했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 퇴임 후 26년 만에 영국에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이날 다수당 대표 자격으로 버킹엄궁을 찾아 여왕을 만나 손에 입을 맞췄다. 여왕은 그에게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메이는 “그렇다”고 했다. 이어 여왕이 “당신에게 의회 신임이 있다”고 함으로써 메이 내무장관은 총리로 취임했다. 별도의 취임식은 없다. 영국 정부의 공식 명칭은 ‘여왕의 정부’이며 여왕의 핵심 권한 중 하나가 총리 임명권이다.
메이 총리는 이후 1㎞가량 떨어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한 뒤 관저에 들어섰다.
메이 총리는 새 내각의 절반을 여성으로 채울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한때 총리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앰버 루드 에너지부 장관이 새 내각에서 내무장관을, 메이의 출마 선언 자리에 동석한 저스틴 그리닝 국제개발장관이 보건장관을 맡을 것이라는 관 坪?나온다. 보수당 여성 의원인 해리엇 볼드윈, 마고 제임스, 카렌 브래들리도 내각 진출이 점쳐진다. 필립 해먼드 외무장관이 재무장관에 임명될 가능성이 높지만 영국 최초의 여성 재무장관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메이 총리 대변인은 “(메이가) 정부 요직에 더 많은 여성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의 남편 필립 메이(사진)는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오래 일한 금융인이다. 두 사람은 옥스퍼드대에 다니던 1976년 보수당원 사교파티에서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의 소개로 만나 1980년 9월 결혼했다.
12세 때부터 보수당 정치인을 꿈꾼 메이 총리처럼 필립도 정치에 야심이 있었으나 아내의 커리어를 후원하는 쪽을 택했다. 메이 총리 친구인 캐서린 메이어는 파이낸셜타임스에 “필립은 아내를 위해 헌신하는 투사”라고 전했다.
필립은 푸르덴셜포트폴리오매니저스, 도이치자산운용 등을 거쳐 2005년부터 미국계 금융사 캐피털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가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1조4000억달러(약 1600조원)에 이른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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