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영재 발굴·육성에 집중
최근엔 '생활문화' 확산에 주력
전문성·다양성 등 미흡 지적도
[ 송태형 기자 ] 국내 기업문화재단의 역사는 1965년 삼성문화재단이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그에 앞서 사회공헌 목적으로 세워진 경방육영회, 양영재단(삼양) 등은 대부분 장학재단이었다. 문화예술 지원을 목적으로 탄생한 기업재단은 삼성문화재단이 최초다. 이후 LG연암문화재단(1969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1977년), 두산연강재단(1978년) 등이 설립되며 기업문화재단을 통한 메세나 활동이 본격화했다.
1990년대까지 기업문화재단의 활동은 호암·리움미술관(삼성), LG아트센터, 두산아트센터, 금호아트홀 등 전시·공연장을 건립, 운영하고 음악 영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집중됐다.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던 시기에 탄생한 이들 문화시설은 신인 예술가 발굴의 장이자 일반인이 고급 문화를 쉽게 접하는 공간으로서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해 왔다.
서양음악과 미술에 쏠린 지원은 2000년대 이후 국악, 문학, 연극, 무용, 대중문화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청소년 문화예술 교육과 소외계층 및 지역의 문화 향유 등 ‘생활문화’ 확산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최병서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 수준 향상과 함께 국민의 문화 수요가 커지면서 다양해지고 있어 기업문화재단의 지원 분야와 활동 영역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문화재단의 발상지인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 문화 선진국에 비해 국내 재단의 활동은 전문성과 지역성, 안정성 등에서 여전히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기업문화재단들은 예술기관, 예술인, 지역사회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갖추고 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토대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일시적인 재정 지원보다는 예술기관과 예술인에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는 포드재단이 대표적이다. 일본 문화재단들도 지역 기반의 메세나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아사히예술문화재단은 2005년부터 환경보전과 문화예술을 결합해 지역의 고유 자원을 활용하는 창조활동인 ‘아사히 에코아트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재범 성균관대 경영·예술대 교수는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장기적으로 하는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지원사업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경우가 많다”며 “인프라 투자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문화재단도 지원 분야를 보다 전문화하고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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