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은 기회비용 문제를 자주 출제한다. 경제학의 핵심 개념이기 때문이다. 기회비용은 학문의 울타리를 넘어선다. 일상에서도 기회비용은 놀라운 기능을 한다. 개인은 물론, 기업과 정부가 합리적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기회비용을 제대로 알아야 정상이윤, 초과이윤 같은 개념도 터득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비용-편익 분석’에서 편익에 대응하는 비용이 바로 기회비용이다. 테샛 기출 문제를 보자.
◆기출 문제 1
오늘 오후에 진수는 상영 시간이 2시간인 영화를 보는데 6000원을 쓰거나, 어머니 심부름을 해서 시간 당 3000원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시간 당 7000원을 벌 수 있다. 진수는 고민 끝에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 이 때 진수의 기회비용은 얼마인가?
① 3000원 ② 6000원 ③ 7000원
④ 1만4000원 ⑤2만 원
정답 ⑤
◆기출 문제 2
매월 600만 원의 월급을 받고 있는 철수는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사를 차리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여행사를 창업했을 경우 예상되는 월 매출은 1000만 원 이상으로 기대되고 있다. 월 비용은 매출에 관계없이 500만 원으로 예상된다. 철수의 여행사 개설과 관련한 다음 설명 중 옳은 것은?
가. 철수가 여행사를 개설할 때의 기회비용은 월 600만 원이다.
나. 최소 월 500만 원의 이윤이 보장되므로 여행사를 차리는 게 현명하다.
다. 여행사 개설 여부를 판단할 때 계산해야 할 비용은 월 1100만 원이다.
라. 만일 철수가 월 1500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면 400만 원은 초과이윤이라고 할 수 있다.
① 가, 나 ② 가, 다 ③ 나, 다 ④ 나, 라 ⑤ 다, 라
정답 ⑤
◆기출 문제 3
변호사 홍길동은 한 법률회사에서 9000만 원의 연봉을 받고 일을 해왔다. 그러던 중 그는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하기로 결정했다. 사무실 연간 운영 비용은 임대료 1500만 원, 장비 대여 비용 300만 원, 사무 용품 비용 100만 원, 공공 요금 100만 원, 비서 급여 3500만 원이다. 그는 이들 비용을 연간 1000만 원의 이자수입이 있었던 1억 원의 예금으로 충당하고 남은 금액을 금고에 보관했다. 추가적인 비용이 없다고 가정할 때 홍길동의 1년간 명시적 비용과 암묵적 비용은 얼마인가?
정답 ②
◆기출 문제 4
여행사에서 매달 400만 원의 월급을 받고 있던 김길동이 직접 여행업을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건물 임차 보증금 2억 원을 들여 여행사를 설립했다. 여행사 운영에는 전화비, 전기료,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한 달에 평균 2000만 원이 들어간다. 시중 이자율은 월 1%다. 김길동 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업을 잘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월 매출이 평균 얼마 이상이어야 하는가?
① 2000만 원 ② 2200만 원 ③ 2400만 원
④ 2600만 원 ⑤ 2800만 원.
정답 ④
◆종합 해설
정답을 모두 맞히셨는지? 틀린 사람이 많을 것이다. 테샛 응시자의 문항별 정답률을 보면 기회비용 정답률이 매우 낮게 나온다. ‘왜 그럴까?’ 이유를 알아봤더니 학생들이 기회비용 개념을 잘못 배워 잘못 알고 있었다. ‘기회비용=명시적 비용+암묵적 비용’이다. 하지만 경제학을 배운 학생일수록 ‘기회비용=암묵적 비용’으로만 알고 있었다.
<기출문제 1>의 경우 총점 상위 27%에 들었던 수험생의 47%는 정확하게 정답⑤를 맞혔지만 40%는 정답을 ④번이라고 했다. 정답을 ④번이라고 한 응시생들은 ‘기회비용=암묵적 비용’으로 알고 있었다. 이들은 “기회비용은 포기한 대안 중에서 가장 가치가 큰 대안의 가치”라는 그릇된 정의를 따르고 있었다. 경제학을 처음 배우는 중학교 사회 교과서의 잘못이 크다. 어떤 것을 포기하고 선택한 대안에 직접 투입되는 명시적 비용을 기회비용 계산에서 제외하는 버릇이 있었다.
<기출문제 1>은 ‘영화 2시간 6000원+ 아르바이트 2시간 1만4000원=2만 원’이 기회비용이다. 영화 6000원은 명시적 비용, 포기한 아르바이트 1만4000원은 암묵적 비용이다. 응시생 전체의 정답률이 38%에 불과했다면 믿으시겠는가? 1만4000원이라고 답한 비율이 45%나 됐다. 대학생의 정답률(32%)이 고교생(51%), 일반인(40%)보다 낮았고, 상경계 전공의 정답률(31%)이 비상경계 전공자(37%) 보다 낮았다. 기회비용을 모르면 여기에서 파생되는 정상이윤, 초과이윤 개념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기출문제 2>는 기회비용 개념을 통해 이윤 개념을 아는지와 회사를 차릴지 말지를 묻는 실용적인 문항이다. 정답 ⑤ 응답률은 31%, ②번 오답률은 59%나 됐다. 기회비용을 잘못 알고 있는 탓에 연쇄적으로 이윤 계산을 못했다. 기회비용은 ‘월 500만 원(명시적 비용)+월 600만 원(암묵적 비용)=1100만 원’이다. 기회비용이 1100만 원이므로 매출이 1100원이면 정상이윤(0원)을 올린 것이고, 매출이 1100원 보다 많으면 초과이윤이 된다. ‘1500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면 400만 원은 초과이윤이 된다’는 설명은 옳다. 따라서 <다, 라>가 바른 설명이다. <가>는 암묵적 비용만을 말하며, <나>는 엉터리다.
<기출문제 3>의 정답 ②를 맞힌 사람은 67%로 높았다. 암묵적 비용과 명시적 비용으로 나눠놓은 결과였다. 명시적 비용은 임대료+장비대여+사무용품+공공요금+비서급여=5500만 원이다. 암묵적 비용은 포기한 연봉 9000만 원+이자수입 1000만 원=1억 원이다. 개업하지 않았으면 예금을 깰 필요가 없었으므로 이자수입은 별도로 암묵적 비용에 넣어야 한다.
<기출문제 4>의 기회비용은 400만 원+2000만 원+월 이자 200만 원=2600만 원이다. 이 기회비용 이상의 편익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잘 한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월 매출 2600만 원 이상만 올린다면 정상이윤과 초과이윤을 얻는다고 말할 수 있다.
기회비용 문제는 이처럼 다양하게 응용해 출제될 수 있다. 기회비용은 어떤 대안을 선택할 때 편익과 비교되는 중요한 경제 개념이다. 기회비용은 ‘포기한 대안의 가치 중 가장 큰 가치’가 아니라 ‘선택에 따른 명시적 비용과 포기한 대안의 가장 큰 순편익(암묵적 비용)의 합’으로 정의해야 한다. 기회비용은 합리적 선택으로 유도하는 나침반이다 .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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