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사라진 보신탕

입력 2016-07-15 18:15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내일이 초복이다. 애호가라면 벌써 몇 그릇은 뚝딱했을 것 같다. 보신탕 얘기다. 그런데 요즘 주위에 먹었다는 사람이 드물다. 먹으러 가자는 사람도 없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 보도처럼 정말 한국의 보신탕 문화가 퇴조하는 걸까. 한편에선 개도둑이 극성이라는데.

연령대별로 물어봤다. “개 혀?” 50대 이상은 “없어 못 먹는다”는 반응이 여전히 많다.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환자 영양식 아니냐는 예찬론자도 있다. 40대는 즐긴다는 이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20~30대는 공개적으로 애호가임을 밝히는 경우가 없다. 특히 여성이 낀 자리에선 보신탕의 ‘보’자도 안 꺼낸다.

왜 보신탕 인구가 줄었을까. 우선 반려동물족이 1000만명을 넘는다. 관련 시장만도 지난해 1조8000억원, 2020년엔 5조원대를 내다본다. 애완견을 위한 호텔·놀이터·펫카페에다 일명 ‘개모차’도 낯설지 않다. 독(Dog)TV, 반려견 신용카드도 있다. 심지어 뇌와 관절건강에 좋다는 11세 이상 노령견용 사료까지 나올 정도다. 애완견이 있는 집은 홈(home), 없는 집은 하우스(house)라는 마당이다. 이런 판에 복날 보신탕 운운했다간 야만인 취급받기 십瓚甄?

둘째, 대체재가 많아졌다. 애호가들이 주장하는 스태미너 효과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낯 간지러운 이름의 국산 복제약도 수십종이다. 비아그라와 정관장으로 보약이 타격을 입었듯이 보신탕 수요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셋째, 불법·비위생적 유통과정에 대한 불신이다. 중국에서 약물에 중독된 개고기가 대량 유통되다 적발되는 일이 심심찮다. 국내 유통물량 일부가 중국산이라 찜찜하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보도된 한국의 1700여개 개농장 실태를 보면 오십보백보다. 그러면서 값은 소고기보다 비싸다. 차라리 삼계탕이나 먹고 말지.

개고기 식용문화는 한국 중국 베트남 등에 존재한다. 중국에선 한 해 1500만마리, 한국은 200만마리가 소비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추산일 뿐, 정확한 통계는 없다. 축산물위생법상 개는 가축이 아니어서 개고기 유통·판매는 위법도, 적법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다. 정부로선 방치할 수도, 양성화할 수도 없어 수십년째 진퇴양난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국인의 생활방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예컨대 상갓집이 장례식장으로 바뀌고 밤샘이 사라지면서 그 많던 고스톱판도 보기 힘들다. 보신탕 문화가 예전 같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지구촌 시대에 마냥 우리 음식문화라고 강변하기도 어렵지 않을까.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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