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밤 10시경 터키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승객 30여 명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분위기에 테러주의보를 우선 의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항 곳곳에 설치된 TV에서도 심상치 않은 느낌의 프로그램이 흘러나왔다.
공항 직원들은 군부가 문제를 일으켰지만 공항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말할 뿐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
비행기 환승을 포기한 승객들은 육로로 그리스로 가기로 결정하고 공항을 빠져나오려고 했으나 이미 군부의 탱크와 장갑차로 도로가 통제돼 그마저 불가능했다.
밤 11시 무렵 한국에서 전해진 뉴스로 터키에서 쿠데타가 발생했고 공항이 장악됐다는 사실이 속속 전해지자 승객들은 급속도로 불안감에 빠져들었다.
외교부 영사콜센터를 통해 주이스탄불 총영사관에 도움을 청하자, '영사관 직원들이 공항으로 이동 중이니 기다려달라'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정확하게 언제 도착하는지는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터키인들이 하나둘 몰려와 군중을 이루고 공항 주변을 에워싸고 구호를 외치는 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어느 순간 갑자기 총격이 이어졌고 승객들은 걷잡을 수 없는 공포에 비명을 지르며 몸을 피할 곳을 찾아 내달음질했다.
군중들이 총격을 피해 공항 안으로 밀고 들어오자 승객들의 공포는 배가됐다.
주이스탄불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시위대가 공항 안쪽까지 밀려들어 가는 통에 혼란이 더 커졌고 자칫 큰 사고가 날 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마음을 가라앉힐 만하면 총성이 재개됐고, 전투기 소리까지 수시로 들려왔다.
출국심사대 안쪽 보세구역에서는 이보다 상황은 나았지만 역시 폭발음과 총성에 놀란 한국인 승객 110명은 공포에 질려있었다.
이 가운데 100명은 새벽 1시경 서울로 출발하는 터키항공 여객기에 탑승할 예정이었다.
초반 언론보도에서 '공항에 발이 묶인 승객이 30여명'이라는 공관 측의 설명을 접한 이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한 승객은 연합뉴스로 전화를 걸어 "공항에 발이 묶인 승객이 200명에 가깝다"면서 "공관이 항공 스케줄만 따져봤더라도 30명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총영사관 측은 "연락이 된 승객 수가 많지 않아 그 비행기 탑승예정 승객이 100명이 넘을 줄 예상치 못했다"고 설명했다.
새벽 4시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쿠데타를 '반역행위'로 규정한 연설을 한 후에도 한동안 전투기 굉음이 끊이지 않았다.
공항에서 밤을 지샌 한국인 승객 140여명은 숨을 죽인 채 동이 트기만을 기다렸다.
보세구역 안에서 한국으로 가는 기행기를 기다리던 원모씨는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탁심 광장쪽에서 나는 폭발음이 공항까지 들렸다"고 말했다.
'잘못하면 여기서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극한 공포는 오전 7시가 넘어 공항 통제가 풀리고서야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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