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금융부 기자) “올 하반기 전망이 밝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어수선한 조직을 추스르고 한 발이라도 앞서 영업 현장을 뛰는 게 제일이죠.” 올 하반기 영업 전략 회의를 마친 뒤 한 국내 은행장이 기자들에게 한 말입니다.
뻔한 얘기 같지만 올 하반기 호재보다는 악재만 첩첩인 은행업 환경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함에서 나온 말이기도 합니다. 이런 최고경영자(CEO)들의 고민은 올 하반기 직원 인사만 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신한, 국민, KEB하나, 우리, 기업 등 은행들이 줄줄이 올 하반기 정기 인사를 마무리했습니다. 인사 규모 자체는 지난해 말이나 연초에 비해 절반 수준이지만 말입니다.
올해 특이점은 예년에 비해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달 가량 앞당겨졌다는 겁니다. 예년엔 7월 중순에서야 서서히 하반기 정기 인사를 단행하는 은행들이 나오고, 8월 중순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졌거든요. 올해는 속전속결로 7월 중순까지 대부분의 은행이 하반기 정기 인사를 끝낸 겁니다.
이유는 그렇습니다. 은행원들의 여름휴가는 대개 7월 중순에서 8월 말까지 집중돼 있습니다. 여름휴가철과 인사 기간이 겹치게 되면 어수선한 분위기가 9월 초까지 이어질 수 있죠. 이렇게 되면 7월과 8월, 거의 두 달간 업무 및 영업 공백이 생길 수 있는 겁니다.
한 은행원은 “인사철에는 아무래도 부서 분위기가 뒤숭숭해질 수밖에 없다”며 “올해는 인사가 조기에 마무리돼 하반기 영업 추진이 곧바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하더라고요. 물론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느낄 수 있는 설렘과 기대는 반감되겠지만 말입니다.
각 은행들은 부서에서 성과가 우수한 직원들을 올 하반기 주력 사업을 이끄는 부서로 이동시킨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로 모바일이나 핀테크(금융+기술) 등 비(非)대면 채널 관련 부서죠.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계좌이동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주택담보대출 영업 확대에 주력했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다소 분위기가 바뀌어 계열사 통합 멤버십 포인트, 모바일전문은행 등에 역량이 집중될 전망이거든요.
예년에 비해 발 빨라진 은행들의 전열 정비가 올 하반기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 궁금해집니다. 올 하반기 정기 인사와 영업 전략에 대한 평가는 아마 연말 임직원 승진 인사에 고스란히 드러나지 않을까 합니다. 은행원들의 여름휴가철이 그리 녹록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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