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사장은 19일 열리는 ‘울산 노사 한마음 안전 페스티벌’을 앞두고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구조적으로 기술이 부족해 발생하는 사고는 20~30%도 안 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공단의 비전은 ‘일하는 사람의 행복 파트너’”라며 “올해 사고 사망만인율 0.5 달성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 산업안전 수준이 여전히 낮습니다.
“산업재해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64년부터 지난해까지 재해를 입은 근로자 수는 460만명, 사망자만 8만8000명에 이릅니다. 50여년간 산업현장에서 부산시와 울산시 인구만큼 근로자가 다치고, 경기 과천시 전체 인구보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국가 간 산업안전 수준을 비교하는 지표로 ‘사고 사망만인율’이 있습니다. 근로자 1만명당 사고로 몇 명이 사망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인데, 한국이 일본 독일 미국 등에 비해 아직도 2~4배 정도 높습니다. 우리가 선진국과의 안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산재로 인한 직·간접 손실액만 연간 20조원이 넘습니다. 산재를 줄이는 게 바로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입니다.”
▷협력업체 근로자의 중대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중대 재해 사망자 중 하도급업체 근로자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2년 37.7%에서 2013년 38.4%, 2014년 38.6%, 2015년 6월 말 기준 40.2%로 나타났습니다. 하도급업체는 대부분 경제적 여력이 없고 안전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도 부족해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더군다나 작업현장에서 원청업체만큼 현장 상황이나 위험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단에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근로자 수 1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공생협력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원청업체가 협력업체의 유해·위험 요인을 개선하도록 유도하고, 사후 평가를 통해 우수 사업장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사내 협력업체뿐 아니라 사외 협력업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990여개 모기업과 8500개 협력업체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름철 산업현장에서 조심해야 할 사고는 무엇입니까.
“질식사고입니다. 질식사고는 맨홀이나 아파트 물탱크, 오·폐수 처리조, 정화조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할 때 자주 발생합니다. 얼마 전에도 경북 고령의 제지공장에서 질식사고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80명의 질식 재해자가 발생했습니다. 이 중 목숨을 잃은 근로자만 92명에 이릅니다. 작업 전 철저히 안전수칙을 지켜야 합니다.”
▷감정노동자의 안전문제 해소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우리 사회가 감정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대상자가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의 약 40%가 감정노동에 노출돼 있습니다. 특정 업무나 집단뿐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는 업무는 언제든지 감정노동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단은 지난해 감정노동자 보호와 관련한 연구용역과 법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11월 정부에서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에 감정노동 관련 내용을 포함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지난 3월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공단은 사업장의 감정노동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감정노동과 관련한 기술지침 21종과 직업 건강 가이드 15종을 개발해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재임기간에 ‘존경받는 안전보건공단’을 꼭 이루겠다고 했습니다.
“‘존경받는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아니라 고객에게 받는 평가입니다. 고객에게 존경받기 위해서는 공단의 서비스가 신뢰와 만족을 줘야 합니다. 남은 임기 동안 급변하는 노동환경과 산업구조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질 높은 안전 서비스 제공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영순 이사장은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국내서 손꼽히는 안전전문가다. 고려대에서 화학공학 학사와 화학교육 석사, 명지대에서 화학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과학기술대학 안전공학과 교수로 26년간 재직하는 등 안전공학 전문가로 만 31년 활동해왔다.
그동안 한국안전학회 회장과 서울과학기술대 공과대학 학장,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정책자문위원회 위원, 산업안전보건공단 비상임이사 등을 지냈다. 2014년 10월 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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