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 글로벌과학기술부 소속 인체안전독성학자인 권석 박사(사진)는 12일(현지시간) 미국 신시내티 소재 P&G 본사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유해성 논란을 빚은 페브리즈 함유 화학 성분 제4급 암모늄 클로라이드(디데실디메틸암모니움클로라이드·DDAC)와 벤조이소치아졸리논(BIT) 관련 흡입독성 자료를 공개하고 해명에 나섰다. 그는 "흡입 위해성은 입자 크기에 좌우되기 때문에 페브리즈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페브리즈 제품 중 '섬유탈취제'에는 항균제 DDAC가, 공기탈취제인 '페브리즈 에어' 및 휴대용 섬유탈취제인 '페브리즈 투고'에는 보존제 BIT가 함유돼 있다. BIT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야기한 클로로메틸이소티졸리논(CMIT)와 같은 계열 성분이고, DDAC는 흡입 시 인체 독성 물질이자 애경 가습기 살균제에 함유된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P&G에 따르면 페브리즈를 소비자가 뿌릴 경우 노출되는 DDAC는 0.032㎛/㎥(3번 분사 직후 기준 수치)로 안전 한도치(14.3㎛/㎥) 대비 447배 낮은 수준이다. 해당 안전 한도치는 동물실험 노출 정도 인자를 적용할 경우 1분에 1300회 뿌리는 것과 같은 양이라고 권 박사는 설명했다.
권 박사는 "안전 한도치를 낮게 설정했고, 14.3㎛/㎥를 뿌린다고 가정해도 사용자의 건강에는 코 점막이 다소 허는 정도의 (피해로) 그친다"며 "천식 치료용 호흡기 네뷸라이저의 경우 폐에 흡수되는 입자 크기이지만 페브리즈는 분무기 설계 시 DDAC와 BIT가 폐로 들어가지 않는 크기로 만들어 폐에 미치는 이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페브리즈를 분사한 뒤 1분 내에는 공기 중에 DDAC, BIT가 남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DDAC, BIT의 화학적 특성상 분사 직후 섬유 혹은 바닥에 붙어 흡입될 가능성이 극히 낮고, 이후 세탁 등 과정에서 물에 용해된다"며 "해당 성분은 피부를 통해 흡수되지 않고 코·비강 등 상부 호흡기로 흡입된 소량은 기침·가래 등으로 나오거나 신체에 흡수된 경우 소변 등으로 배출된다"고 설명했다.
P&G는 원료 공급처 론자·메이슨케미칼·스테판케미칼의 흡입독성시험을 기반으로 자체적으로 흡입 위해성 실험을 거쳐 안전 한도치를 설정했다. 아울러 외부 전문가 존 칼드웰 리버풀 대학교 독성학 명예 교수는 페브리즈에 대한 P&G의 위해성 평가가 타당성이 있고 DDAC 및 BIT 사용 페브리즈 제품에 흡입 안전성 우려는 없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페브리즈 매출 상위 5위에 드는 국가다. P&G는 옥시 사태 이후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우려로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관련 흡입독성 자료를 공개하게 됐다.
김 翎?한국P&G 대표는 "(옥시 사태 이후) 페브리즈 판매량이 약 절반으로 줄었다"며 "P&G는 환경부의 안전성 검사에 적극 협력하고 있고, 한국 소비자의 알 권리를 지키고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DDAC가 호흡기 질환 유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만큼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P&G가 공개한 페브리즈 분사 후 비산되는 입자 크기·DDAC 입자 등에 대해 제3의 공신력 있는 비임상시험실시기관(GLP)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며 "앞서 국립환경과학원이 수행한 실험에서 DDAC의 경우 중증 폐손상을 유발한다는 독성 평가가 나와 있는 만큼 이해관계자가 아닌 제 3의 공신력 있는 기관의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지난달 살생물질 함유 가능성이 높은 생활화학제품들의 성분 검증을 위해 한국P&G를 포함한 생활화학제품 수입·제조업체 48곳 등과 위해우려제품 안전관리 협약을 맺고 안전성 검증을 추진 중이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지난 5월 환경부에 제출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해외 규제 사례 등에 비춰 DDAC 허용 기준치를 1800ppm 수준으로 둘 것을 제안한 바 있다. 페브리즈에 포함된 DDAC 함유량은 1400ppm로 이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전해졌다.
신시내티=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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