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입 자금마련 난항
일각선 "정부 다운계약 단속에 중개업소들이 등록 미뤄" 지적
[ 윤아영 기자 ] 직장인 박모씨(35)는 지난주 경기 하남 미사지구 내 A단지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거주 목적으로 매입하려고 중개업소를 방문했다. 올 4월 입주가 시작된 아파트로 중개업소에선 분양가(4억3000만원) 대비 1억5000만원 이상 비싼 6억원 내외의 매매가격을 제시했다. 가계약한 박씨는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매입 대금 일부를 충당하기 위해 알아보다 자금 부족으로 매입을 포기했다. 매입 예정 아파트는 금융권의 아파트 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 등에 등록돼 있지 않아 최근 시세가 아닌 분양가 대비 70% 선에서 대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자체 자금이 2억5000만원 정도여서 대출 4억원을 받으면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출가능금액은 3억원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입주가 한창인 미사강변도시 아파트 매입자들의 주택담보대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 금융권의 담보대출금액 산정 기준이 되는 국민은행·한국감정원 등의 부동산시세에 아파트 시세가 등록돼 있지 않아 대출 한도가 실거래가에 비해 크게 낮아져 있기 때문이다.
2009년 6월 첫 분양을 시작한 미사지구는 지난해 12월까지 8200여가구가 집들이를 했다. 올해도 연말까지 1만8000여가구가 추가로 입주한다. 하지만 미사지구(하남 풍산동·망월동·선동)에서 KB부동산 시세에 등록된 아파트는 2014년 6월 완공된 망월동의 15단지 한 곳뿐이다. 입주가 시작된 나머지 9개 단지(8588가구)는 시세가 올라 있지 않다. 이들 단지는 실제 매매 거래가 활발하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격 시스템에 등록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부동산에도 단지마다 수십 개 매물이 등록돼 있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KB부동산 시세 등엔 빠져 있다. 국내 금융권의 담보대출 기준은 한국감정원의 시세와 국민은행이 취합하는 아파트 시세로 결정된다. KB부동산 시세와 실거래가 중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대출 한도액을 산출하는데 신규 분양 아파트는 실거래가격의 편차가 커 KB부동산 등에 시세가 없으면 분양가를 기준으로 대출금액을 산정한다. 미사지구는 분양 뒤 높은 웃돈(프리미엄)이 붙은 만큼 시세 편차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된 위례신도시(서울 송파, 경기 하남·성남)의 주요 단지들이 전매 제한만 풀리면 시세가 등록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사지구 시세가 제대로 등록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시세가 등록되지 않은 단지들은 시세를 형성할 만큼 거래가 활발하지 않거나 규모가 작은 단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은행 시세 등록은 1차적으로 지역 중개업소들이 담당한다”며 “시세가 갑자기 바뀌거나 거래가 급 蔥求?특정 지역에 대해서만 내부 시세조사팀이 추가 조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중개업소들이 일부러 시세 등록을 늦추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분양권 불법 거래와 다운계약(실제 금액보다 낮게 계약하는 것) 단속에 나서자 이를 피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시세가 등록되면 다운계약한 거래 내용들이 정부 단속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사지구는 이달 말부터 미사강변더샵리버포레를 시작으로 미사 18·19단지(공공), 미사강변푸르지오2차 등의 입주가 이어질 예정이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