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9일 재상고를 포기했다. 이 회장 측이 최소한의 사면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제 막 형이 확정돼 실형을 거의 살지 않은 만큼 재상고 포기에도 불구하고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특별사면은 박근혜 정부 들어 2014년 1월 설 명절과 지난해 8월 광복절 70주년에 이어 세 번째로 실시된다.
박 대통령은 그간 여러 차례 대통령 특별사면 권한을 손보겠다고 약속했었다. 2012년 대선 때는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공약했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실시된 특별사면 대상자들도 실형을 거의 살지 않은 이 회장과 달리 대부분 형기를 절반 이상 채운 경우가 많았다.
아울러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도 '재벌총수 봐주기'라는 비난 여론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회장의 상태를 고려하면 이러한 '위험'을 모두 감수하고서라도 재상고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CJ의 입장이다. CJ가 이날 이 회장의 유전병 진행 사진을 전격 공개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서울대병원에서 CMT(샤르콧 마리 투스)라는 신경근육계 유전병과 만성신부전증 등을 치료받아온 이 회장은 최근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사진에서는 CMT가 진행돼 엄지와 검지 손가락 사이의 근육이 모두 빠지고 손가락이 굽어버린 손, 근육위축으로 발등이 솟아 오르고 발가락이 굽은 발, 뼈만 남은 듯한 앙상한 종아리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장은 현재 부축 없이는 전혀 걷지 못하며, 손과 손가락의 변형과 기능 저하로 인해 젓가락질을 못해 식사도 포크를 움켜쥔 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단추 잠그기와 같은 손 동작은 못하게 된 지 이미 오래라고 CJ 관계자는 말했다.
종아리 근육은 2012년 말보다 26% 빠져 체중이 양쪽 무릎에 실리면서 관절에 무리가 가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결국 평생 못 걸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기업 총수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치료를 받게 해달라며 인도적 차원에서 선처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재상고 포기는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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