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대용신탁' 자산가 계약 늘어
바른, 매달 세미나…논문집도 내
[ 이상엽 기자 ] 2011년 신탁법 개정으로 도입된 유언대용신탁이 자산가와 그 자녀 사이에서 가업승계 수단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유류분(법에 정해진 최소한의 재산상속지분)의 적용을 피하면서 상속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유언대용신탁은 피상속인이 금융회사와 신탁계약을 맺어 생전에는 자신을 수익자로 정해 신탁한 재산에서 일정 수입을 보장받고 사망 이후에는 자신이 지정한 상속자에게 원금과 이익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다. 은행업계에서는 관련 금융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법무법인 바른의 김상훈 변호사(사법연수원 33기)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바른에서 열린 ‘상속신탁연구회’ 정기 세미나를 통해 “민법 해석상 유언대용신탁의 신탁재산은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유언대용신탁이 앞으로 자산가들의 가업승계 및 상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상속신탁연구회’는 2012년 바른의 정인진 대표변호사(7기) ?김상훈 변호사가 주도해 발족한 국내 유일의 상속 및 가업승계 연구 모임이다. 이들은 매달 세미나를 열고 그간의 연구를 모아 ‘상속신탁연구’라는 논문집을 발행해왔다.
고령화와 평균수명 증가로 중소기업을 갖고 있는 자산가들의 최대 고민거리는 상속과 가업승계다. 김 변호사는 “최근 들어 자산가들이 절세뿐 아니라 유류분 문제나 각종 규제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원활한 상속을 하기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상속의 상당 부분을 신탁으로 해결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유류분 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와 유언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법으로 그 적용 범위를 넓혀서는 안 된다”며 “대법원도 유류분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2014년 “유류분 제도가 상속인의 상속분을 일정 부분 보장한다는 명분 아래 피상속인의 자기 재산 처분 의사를 제한하는 것은 가능한 한 최소로 그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유류분이 완전히 배제됐을 때 유언대용신탁이 상속세 회피, 채무상속 회피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그런 문제점 또한 인지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유언대용신탁이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에 한해서라도 유류분이 적용되지 않도록 입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다수의 변호사와 은행 관계자뿐 아니라 일본 변호사가 참석해 유언대용신탁에 대해 높아지는 관심을 보여줬다.
국내 최초 ?유언대용신탁 상품을 내놓은 바 있는 KEB하나은행 신탁부 소속의 강성유 변호사는 “유언대용신탁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현재까지 100여건의 계약이 이뤄졌다”며 “많이 알려질수록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나고 시장은 상당한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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