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경제 허리' 중견기업] 매출 1500억 땐 새 규제 70개…중견기업 30% "中企로 돌아갈래"

입력 2016-07-19 18:46  

(1) '대기업·중기' 이분법에 설자리 잃는 중견기업

'성장사다리'가 끊겼다
사업 확대하려 M&A 나서도 출자제한 등 규제 많아 포기
일부러 몸집 줄이는 현상도

샌드위치 신세 중견기업
조세감면 혜택 크게 줄고 수출지원 대상서도 제외돼
정부 "불이익 해소하겠다"



[ 김정은 기자 ]
‘중견기업 성장 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중견기업특별법)’은 중견기업을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의 범위를 벗어나고,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기업’으로 정의한다. 업종에 따라 기준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최근 3년간 평균 매출이 1500억원(전기장비·의류·가구 등 기준)이 넘는 기업이다.

중소기업에서 벗어나 기업이 성장했다는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중견기업으로 올라서는 순간 연구개발(R&D)세액공제가 25%(투자금액)~50%(초과비용)에서 8~15%로 급감하고, 공공조달시장 참가도 제한받는다. 사라지는 혜택과 새롭게 적용받는 규제가 70여개에 이른다.


규제 피하려 몸집 줄이기도

SM(삼라마이더스)그룹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성장했다. “사업 분야가 넓어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기업 경영이 가능하다”는 게 우오현 회장의 지론이다. 이 회사는 얼마 전 계열사 자산 매각을 검토했다. 현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SPP조선을 인수하면 그룹 자산이 5조원을 넘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 포함되기 때문이었다. 대기업집단에 들어가면 삼성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등이 받는 신규출자 제한이나 계열사 간 규제 등 더 엄격한 규제가 80여개 기다리고 있다.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SM그룹의 SPP조선 인수가 무산되고 대기업 자산 기준도 10조원으로 높아졌지만 규모가 커진 중견그룹이 규제를 피하려 일부러 몸집을 줄이려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외형을 줄여 지금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피터팬 증후군’은 매출이 많은 상위 중견그룹뿐 아니라 중견기업에 갓 진입한 초기 업체도 비슷하게 겪는다. 지난해 중소기업청 조사에서 중견기업 10개 중 3개가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검토했다는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화학·에너지·물류업체 등을 운영하는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중소기업-대기업으로 나뉜 ‘이분법적 제도’ 탓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끼어 있는 중견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일부 중견기업은 지속적인 사업 영위에 필요한 M&A를 기피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리저리 치이는 중견기업

중견기업의 답답함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중소기胎?조사 결과 중견기업의 62%가 가장 힘든 점으로 ‘조세 지원 축소’를 꼽았다. 중견기업연합회에서 파악한 중견기업이 차별받는 조세 제도는 65개로 지난해보다 5개 늘었다. 많은 분야에서 조세 감면 혜택을 받은 중소기업 시절과 사뭇 달라진다. 중소기업일 때 7%인 법인세 최저한세율은 중견기업이 되면 17%로 늘어난다.

정부도 일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을 M&A할 때 인수한 중소기업의 졸업 유예기간이 없는 기존 제도에 대해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이 일자 정부는 유예기간을 3년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관섭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중견기업이 받는 불이익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수출 지원 사업에서도 제외

수출 분야에서도 중견기업 소외는 여전하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청의 수출지원 사업에서 제외돼 있다. 일본과 프랑스 등 선진국은 중견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생산성이 높은데도 글로벌화하지 않은 ‘와룡(臥龍)기업’을 집중 육성해 수출을 늘리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차량용 오디오 제조업체인 남성의 윤성호 사장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중견기업은 이미 우수성을 검증받은 업체”라며 “금융 지원, 수출 보증, 해외 파견인력 지원 등 중견기업을 위한 종합적인 수출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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