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한국 방위비 분담금 확대 정책서 뺐다

입력 2016-07-19 19:10  

트럼프 대선 정강…"북한은 김정은 노예국가"

북한 변화 이끄는 데 중국 역할 강조
FTA 재검토 등 보호무역 예고
TPP 협상도 연내 처리 저지할 듯



[ 클리블랜드=박수진 기자 ]
미국 공화당이 한국 등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요구하는 내용을 정책 청사진에 포함하지 않았다. 북한을 ‘김정은의 노예국가’라고 규정하고 중국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명기했다.

공화당은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18일(현지시간) 개막한 전당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강(政綱)을 공식 채택했다. 정강은 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당선 시 시행할 정책의 기반이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적정한 수준으로 늘리지 않으면 집권 후 주둔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가 당의 단합된 지원을 이끌어내려고 주류 측 목소리를 반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공화당 정강은 한국, 일본의 핵무장 허용 등 도널드 트럼프의 논란성 발언도 반영하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정강에 특정 국가와 관련한 정책을 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 확대를 요구한 것과 비교된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미국인 1인당 국방비 지출액이 나토 회원국 국민의 네 배나 된다”며 “나토 회원국이 국방비 지출을 늘리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명시했다. 트럼프의 주장 그대로다.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공화당의 압박 수위가 종전보다 높아진 대목 역시 눈길을 끈다. 공화당은 그동안 북한 인권 문제를 계속 언급해왔으나 한국 일본 등 자유주의 동맹국과 협력해 해결한다는 선언적 문구만 사용해왔다. 이번 정강에선 북한을 ‘김정은의 노예국가’라고 못 박았다. 미국 동맹국뿐 아니라 중국도 북한 주민 인권을 개선하는 데 분명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국이 북한과의 밀접한 통상관계를 지렛대 삼아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압박하겠다고 한 트럼프의 공약과 맥락이 같다.

통상정책에선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보호무역주의로 전환할 것임을 예고했다.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전면 재협상하겠다는 트럼프 입장을 대폭 반영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버락 오바마 정부가 11월 대선 직후 레임덕(집권 말 권력누수 현상) 기간에 처리하도록 놔둬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TPP 체결을 주장해왔지만 이번 협상안은 개선의 여지가 너무 많아 그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며 “연내 처리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해왔다.

공화당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에 대한 대응도 정강에 반영했다. “영국이 EU와의 관계를 고려해 신중하게 내린 결론을 존중한다”며 “미국은 어려울 때 도운 동맹을 항상 우선순위에 놓고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강은 잇단 총기사건과 테러 위험성을 언급하면서 이민정책 강화를 내세웠다. “앞으로 취임할 대통령은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국경 보안을 높이고 테러 연계 가능성이 있는 국가에서 들어오는 이민자의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명기했다.

공화당은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21일 트럼프를 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25일부터 28일까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당 대선 후보로 지명한다.

클리블랜드=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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