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의 계절'인데…맥 못추는 주류주

입력 2016-07-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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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맥주 공세 거세지고 당분간 가격인상 어려워
독주 꺼려 소주시장도 정체
하이트진로 고점대비 25%↓



[ 최만수 기자 ]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주류주(株)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대 성수기인 여름철에 상승세를 타기는커녕 오히려 하락세다. 수입맥주 공세가 거센 데다 가격 인상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 수익성이 악화된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20일 하이트진로는 전날보다 1.46% 내린 2만3550원에 장을 마쳤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월 기록한 연간 고점(3만1850원) 대비 25% 넘게 떨어졌다. 맥주 ‘클라우드’를 주력으로 하는 롯데칠성도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했다. 탄산음료 사업은 선전했지만 주류사업(연결기준 전체 매출의 29%) 부진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올해는 장마가 짧고 무더위가 빨리 찾아와 맥주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성수기가 시작된 6월 이후에도 반등하지 못한 채 줄곧 하락세다.

증권가에선 맥주 사업의 수익성 악화를 주가 약세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올초 주류업계에선 4월 총선 이후 맥주값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업계 1위인 오비맥주(카스)가 당분간 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다른 업체들도 인상 계획을 미뤘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 가격은 4년째 정체 상태”라며 “지난달부터 빈 병 수거비용까지 올라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가격 인상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국세청이 가격 인상에 부정적이어서 당분간 맥주값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수입맥주 열풍도 악재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맥주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34.5%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액으로 7961만달러(약 908억원)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맥주업체들의 출고량은 제자리걸음이다. 직장 회식보다는 집에서 가볍게 술을 즐기는 주류문화가 확산되면서 수입맥주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독한 술을 꺼리는 젊은 층이 늘면서 소주시장이 정체되고 있는 것도 주류업체들에 부담이다. 작년 말 소주 가격 인상으로 인한 판매 감소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주류업계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과일소주를 경쟁적으로 내놨지만 올 들어 인기가 시들해졌다.

지난해까지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부산 소주업체 무학(좋은데이)은 수도권 진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가가 1년 만에 3분의 1 토막이 났다. 늘어난 광고비와 판촉비도 실적에 부담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무학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1% 줄어들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이트진로는 하반기부터 소주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줄어들고 탄산주 ‘이슬톡톡’ 등이 선전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맥주 가격 인상에 대한 명분은 확실하지만 인상 시기?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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