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그레스'
야외로 나가야하는
GPS 기반 게임
포켓몬고의 출발
행키 나이앤틱 CEO
포켓몬고 통해
수익모델 다각화
아이템 판매는 기본
비용 지불한 상점엔
사람 몰리게 도와줘
"구글 검색광고처럼
방문자 수 따라
돈 받겠다"
[ 박종서 기자 ]
지난해 4월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 달에 3㎏을 빼준다’는 스마트폰 게임을 소개했다. 땅따먹기 형식의 게임인데 집 안에서는 아이템을 얻을 수도, 남들과 전투를 벌일 수도 없기 때문에 반드시 야외로 나가야 해서 ‘강제 운동효과’가 크다는 내용이었다. 한 달간 게임을 해봤다는 기자는 140㎞를 돌아다녔고 체중이 3㎏ 줄었다고 밝혔다. 게임 이름은 ‘진입(進入)’이라는 의미의 인그레스(Ingress)다.
“북한까지 찾아가는 열혈 사용자”
인그레스는 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한 위치기반 게임이다. 인그레스 게임자들은 두 패로 나뉘어 패싸움을 벌인다. 파란색 팀과 녹색 팀이다. 게이머들은 특정 장소에 가서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는 진지와 요새를 확인하고 점령에 나선다.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는 “벚꽃이 만개한 집 근처 일왕의 사당을 놓고 쟁탈전이 벌어졌다”며 “유명 지역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2012년 출시된 인그레스는 구글어스(지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구글어스 사용에 제한이 있는 한국에서는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200개국에서 1500만명이 즐기는 게임으로 성장했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을 차지하려고 미국 알래스카나 심지어 북한까지 찾아가는 열혈 사용자까지 나타났다.
인그레스를 제작한 회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게임개발회사 나이앤틱이다. 회사명 나이앤틱은 미국 서부 개척시대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했던 포경선을 따서 지었다. 이름만으로는 생소한 회사지만 최근 출시한 게임을 들으면 사정이 달라진다. 나이앤틱은 일본 게임회사 닌텐도와 손잡고 지구촌 최대 화제로 떠오른 온라인 게임 ‘포켓몬고’를 내놨다. 포켓몬고는 지난 6일 미국과 호주에서 처음 출시된 이후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모았고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포켓몬고는 인그레스와 비슷하다. 위치기반 게임이고 증강현실(AR)이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증강현실이란 현실세계에 가상의 물체를 덧대서 보여주는 기술이다. 포켓몬고 게임을 하면 스마트폰 화면에 여러 종류의 포켓몬이 실제 현실과 겹쳐 나타난다. 이용자들은 돌아다니면서 포켓몬을 痴暉構?능력치를 올려서 다른 팀과 전투를 벌인다. ‘체육관’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성을 차지하는 게임이다. 게이머들은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귀여운 포켓몬을 수집하는 데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론 스포트라이트는 수년간의 침체를 끝내고 게임시장의 아성을 되찾은 닌텐도에 쏠렸다. 닌텐도 주가는 포켓몬고 출시 당일 1만4380엔(약 15만4500원)에서 1주일 만에 86% 상승했다. 시가총액이 약 20조원 늘었다. 19일에는 2010년 5월 이후 6년2개월 만에 처음으로 주가가 3만엔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앤틱도 포켓몬고 덕분에 정보기술(IT)과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포켓몬 스토리와 완벽한 조화
나이앤틱의 시작은 구글 사내벤처였다. 구글에서 지도부문 사업을 도맡아 ‘구글어스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행키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다. 행키 CEO는 인그레스를 통해 나이앤틱이 전도유망하다는 점을 알렸지만 구글은 적극적이지 않았다.
이 틈을 파고든 회사가 닌텐도다. 이시하라 쓰네카즈 포켓몬컴퍼니 대표는 인그레스의 성공을 주의깊게 봤다. 그러면서 회사의 최대 자산인 포켓몬스터를 적용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닌텐도는 1996년 2월 포켓몬스터 게임을 처음 선보였고 같은 해 만화로도 연재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도 포켓몬스터를 통해 다시 살아났다. 닌텐도에 포켓몬스터는 ‘가문의 보배’ 같은 캐릭터다.
이시하라 대표는 지난해 미국으로 날아가 행키 CEO와 저녁을 먹었다. 그 자리에서 게임 제작을 제의했다. 닌텐도와 닌텐도 자회사인 포켓몬컴퍼니는 총 1200만달러를 투자했다. 기대대로 결과는 ‘대박’이었다. 포켓몬고는 미국 등 4개국에 이어 16일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 26개국에서 출시되면서 사용자가 급증해 서비스가 일시 중단됐다.
한국에서는 공식 출시되지 않았지만 속초 등 강원 일부 지역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속초행 버스를 타는 사람이 급증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포켓몬을 잡겠다며 군사기지까지 침입한 프랑스인이 체포됐다. 포켓몬스터의 스토리와 나이앤틱의 게임 개발 노하우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달성해낸 성공이었다. 나이앤틱은 한국에서도 포켓몬고의 정식 출시 의사를 밝혔다.
행키 CEO는 메가히트를 친 포켓몬고를 통해 다양한 수익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포켓몬고는 무료 게임이다. 하지만 체육관을 쉽게 탈환하려면 특별한 아이템을 유로로 구입해야 한다. ‘공짜로 할 수는 있어도 돈을 쓰지 않으면 이길 수 없게 한다’는 게임 시장의 법칙을 충실히 따른 결과다.
아이템 판매뿐만 아니다. ‘스폰서 장소’를 수익원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나이앤틱과 닌텐도에 비용을 낸 상점을 게임의 핵심 장소로 선정해주거나 좋은 아이템이 나오도록 해서 사람을 끌도록 해주는 것이다. 나이앤틱은 인그레스에서 이미 가능성을 확인했다.
일본에서는 인그레스가 인기를 끌자 편의점 체인 로손과 도쿄미쓰비스은행이 이런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미국 뉴욕 퀸스에 있는 피자가게는 10달러를 내고 포켓몬을 유인하는 게임 아이템을 구입해 하루 매상이 75% 증가하는 ‘기적’을 경험하기도 했다. 맥도날드는 일본에서 포켓몬고의 스폰서를 하겠다고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행키 CEO는 “구글이 검색 광고에서 클릭 수에 따라 돈을 버는 것처럼 게임을 위해 상점을 방문하는 사람 수에 따라 돈을 받겠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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