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의료진 "한국 수술기술 배우자"…스티브 잡스 집도의도 한 수 배워간 '의료 한류'

입력 2016-07-21 17:34  

간이식·위암·폐암·혈액암…한국이 세계 의료기술 선도
수술환자 생존율도 미국보다 높아

서울 대형병원에 '환자 쏠림'
압도적 수술경험이 기술발전으로

미국보다 장기기증 적은 한국
생체간이식 수술 발달

매년 해외 의료진 1000명 한국연수



[ 이지현 기자 ]
2009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간 이식 수술을 집도한 제임스 이슨 미국 메소디스트병원 이식연구소장이 지난해 9월 한국을 찾았다. 서울아산병원 이승규 교수 등 간이식팀으로부터 생체 간 이식 수술(산 사람의 간 일부를 떼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이슨 소장은 미국에서 21년 동안 2000건이 넘는 간 이식 수술을 한 베테랑이다. 그는 11일 동안 서울아산병원의 간 이식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수술을 배웠다. 미국 유럽 등 의료 선진국에서 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는 의사가 부쩍 늘고 있다.


서울 지역 주요 대형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현상은 한국 의료 시스템의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 건강보험 매출의 60%는 서울 지역이 아니라 다른 지역 환자 치료 매출이다.

하지만 이 같은 ‘환자 쏠림’이 수술 기술 발전으로 이어졌다는 게 의료계의 평가다. 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주요 대형 대학병원의 위암 수술 건수는 한 해 각각 1000건 정도다. 일본 등 다른 나라 의료기관이 한 해 200~300건인 것을 고려하면 압도적으로 많다. 이혁준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수술 건수가 많다 보니 수술 기술이 발전하게 됐다”며 “영국 등 유럽에서도 정부 주도로 특정 암 수술은 특정한 병원으로 몰아주자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시경을 활용한 첨단 수술법을 일찍 도입한 것도 비결로 꼽힌다. 내시경 수술을 하면서 수술 과정을 녹화했고, 다른 의사들이 이를 보고 함께 연구하면서 장점을 키우고 단점은 줄이게 됐다는 것이다.

위암은 한국에서 환자가 많은 편이다. 맵고 짠 음식을 먹는 한국의 식습관 등이 위암 환자가 많은 원인으로 꼽힌다. 환자가 많다 보니 수술이 많아졌고 위암 수술 기술 발달로 이어졌다. 간 이식 수술 발달도 문화와 연관이 깊다. 국내에서 간 이식 수술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88년이었다. 당시 동양에는 뇌사자 장기 이식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다. 이 때문에 산 사람의 간을 떼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간 이식 연구가 발전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1997년 일본 교토대학병원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성인의 간 일부를 떼어내 성인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했다. 2000년에는 두 명의 기증자 간 일부를 떼 한 명에게 이컸求?2 대 1 생체 간 이식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교수는 폐암 수술, 양한광 서울대병원 위암센터 센터장과 노성훈 세브란스 연세암병원 병원장 등은 위암 수술, 이종욱 서울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센터장은 혈액암 수술에서 세계적 명의로 손꼽힌다. 이들에게 수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은 물론 독일 영국 노르웨이 이스라엘 등의 의료진이 한국을 찾고 있다.

지난해엔 미국 피츠버그대, 테네시대 등의 의료진이 수술 기술을 배우러 한국에 왔다. 미국 유명 암센터인 뉴욕 로즈웰파크암센터 종양외과 의사가 위절제 수술법을 배우고 돌아갔다. 의료 연수를 위해 한국을 찾는 해외 의료진은 해마다 1000여명에 이른다. 이 교수는 “수년 전까지 몽골 인도 등에서 한국으로 의료 연수를 많이 왔으나 요즘엔 미국 유럽에서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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