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대주 옌징 '반란샷'…김세영·유소연조 격파
전인지·양희영조는 1홀 차 신승 '체면치레'
미국, 잉글랜드에 전패…우승후보 줄줄이 쓴맛
[ 이관우 기자 ]
“친구 펑쓰민이랑 그냥 재밌게 치자고 했어요.”
겁 없는 중국의 신예 옌징은 유창한 영어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21일(현지시간) 8개국 여자골프 국가대항전인 UL인터내셔널크라운 첫날 한국의 ‘필승조’ 김세영(23·미래에셋)-유소연(26·하나금융그룹)을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킨 소감이다. 옌징은 “실수가 여러 번 나왔지만 만회하는 버디 퍼팅이 잘 들어갔다”며 “경기를 즐겼다”고 했다.
세계 최강 ‘K골프’가 허를 찔렸다. ‘적수’라고 생각하지 않은 중국의 신예들에게 덜미를 잡혔다. 전승을 거두고 A조 1위로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겠다는 당초 목표가 초반부터 김이 빠졌다.
○“그들이 너무 잘했다”
이날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메릿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 첫날 A조 포볼 매치플레이에서 유소연-김세영 팀은 마지막 18 廢┗沮?가는 예상밖의 접전 끝에 중국의 옌징-펑쓰민 팀에 1홀 차로 패했다. 포볼 매치플레이는 한 팀의 두 선수가 각자의 공으로 경기해 좋은 스코어로 상대팀과 승패를 가리는 경기다.
한마디로 ‘이변’이었다. 김세영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5승을 올린 멀티 챔프다. 유소연 역시 US여자오픈을 제패한 통산 3승의 베테랑이다. 반면 세계랭킹 99위 옌징과 238위 펑쓰민은 준우승도 해보지 못한 2년차 신예들이다. 중국은 이번 대회 ‘꼴찌 시드’로 출전했다.
그러나 옌징이 고비마다 저격수 역할을 하며 반전을 이끌었다. 12번홀(파4)에서 벙커샷을 홀컵에 그대로 꽂아넣어 한국을 2홀 차로 리드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더니, 김세영과 유소연이 13번홀(파4), 14번홀(파3) 연속 버디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자 16번홀(파5)에서 이글을 뽑아내며 기어코 한 홀 차 리드를 잡았다. 18번홀(파4)에서 김세영이 회심의 웨지샷으로 공을 홀컵 1m 근처에 붙여 버디를 남겨두자, 3m 버디에 성공해 한국팀의 마지막 무승부 기회까지 무산시켰다.
네 살 때 골프를 시작한 옌징은 2013년 브리티시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십과 브리티시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제패한 중국의 차세대 주자다. 데뷔 첫해인 지난해 공동 11위가 최고 성적인 그는 올 시즌 월마트아칸사스대회에서 4위에 오르는 등 상승세가 뚜렷하다. 미국 스포츠채널 ESPN에서 일하는 아버지 덕에 골프와 영어를 어려서부터 익힌 그는 아마추어 시절 다섯 번 LPGA 대회에 출전해 모두 예선을 통과했다. 김세영은 “우리가 경기를 못한 게 아니다. 그들이 너무 잘해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양희영(27·PNS창호)과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중국의 펑산산-린시위를 1홀 차로 꺾어 한국팀은 체면치레를 했다.
○우승후보 미국 전패 이변
이변은 B조에서도 일어났다. 시드 2위인 미국팀이 7위 잉글랜드에 전패를 당한 것이다. 세계랭킹 4위 렉시 톰슨과 21위 크리스티 커가 잉글랜드의 무명 조디 이와트 셰도프(92위)와 홀리 클라이번(114위)에게 2홀 차로 무릎을 꿇었다. 저리나 필러(15위)와 스테이시 루이스(8위)는 찰리 헐(27위)과 멜리사 리드(123위)에게 2홀 차로 패퇴했다. 루이스는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홀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헐이 버디와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반복됐다”며 “하루종일 힘든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변의 주인공인 헐은 “이런 분위기에서 경기하는 걸 좋아한다”며 “우리를 약자로만 생각하는 팬들의 생각이 잘못됐음을 입증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이날 대만팀은 호주와의 경기에서 전승하며 승점 4점을 챙겼다. 한국은 대회 둘째날 기세가 오른 대만을 상대로 승점 사냥에 나선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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