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고립주의 재확인
"NATO 공격 받는다고 무조건 개입하진 않을 것"
방위비 재협상도 시사
[ 클리블랜드=박수진 기자 ]
미국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21일(현지시간)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내세운 국정 운영 키워드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다. 이를 기반으로 통상에선 보호무역주의, 외교에선 고립주의 노선을 취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그는 “이제는 글로벌리즘이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 즉 아메리카니즘(Americanism)이 우리의 새로운 신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자간 무역협정 추진 안 해”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는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을 모두 재협상한다는 그의 말로 대변된다. 밑바탕에는 자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이 깔려 있다. “기존 FTA가 미국 내 제조업을 파괴하고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경선 과정에서 주장해 온 그대로다.
전면 재협상 대상으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거론했다. 한·미 FTA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일자리를 죽이는 한·미 FTA를 지지한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 반대 이유로도 같은 이유를 들었다. 그는 “TPP 같은 다자간 무역협정이 미국 노동자를 해치고 미국의 자유와 독립을 제한한다”며 “앞으로 다자간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대신 개별 국가들과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TPP는 민주당 소속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무역 정책이다.
○방위비 재협상·미군 철수 거론
트럼프는 군사동맹 관계의 변화도 예고했다. 수락 연설에 앞서 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비판했다. “NATO 회원국이 공격을 받아도 미국이 무조건 개입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동맹국이 공격받으면 자동으로 군사 개입한다는 집단안보 원칙을 부인한 것이다.
그는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동맹도 겨냥했다. “미국은 항상 협상장에서 걸어 나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미군 철수 검토를 시사했다. 미군을 외국에 주둔시키는 대신 필요하면 미국 본토에 배치하는 방안이 더 경제적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1953년부터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대가로 평화가 유지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한국에서 평화가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북한이 점점 더 미쳐가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법과 질서’ 강조
이날 트럼프는 1시간15분간 수락 연설을 하면서 ‘법과 질서’를 10여차례 반복했다. 그는 “집권 후 최우선 순위를 미국인의 안전에 둘 것”이라며 “법과 질서를 통해 국민들을 이웃과 국경, 테러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방안으로 불법 이민자와 폭력배, 마약이 넘어오는 것을 막는 국경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는 또 “증오에 가득 찬 외국 이데올로기의 폭력과 억압으로부터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리블랜드=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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