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찍혔어!"…에쓰오일·대우건설·카카오·LG전자, 수개월째 공매도 '집중 타깃'

입력 2016-07-22 18:52  

공매도 증가→주가하락 악순환
에쓰오일, 상반기 실적호조에도 공매도 공세에 주가 급락
한전KPS, 거래량 절반 넘기도

쇼트커버링 효과도 사라져
대차잔액 다시 60조원 돌파…삼성전자에도 공매도 물량



[ 최만수 기자 ] 에쓰오일은 지난 4월 이후 주가가 20% 가까이 떨어졌다. 10만원대 진입을 바라보던 주가는 7만8300원으로 내려앉았다. 1분기 ‘깜짝 실적’에 이어 2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하락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대한 부담으로 최근 매달 전체 거래량의 20% 가까이를 차지한 공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주가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약세장에서 공매도 물량이 많아지면 주가 낙폭이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공매도 급증에 ‘추풍낙엽’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쓰오일 LG전자 대우건설 금호석유는 최근 3개월 연속 공매도 거래 비중(공매도 거래금액/주식 거래금액) 상위 10위 내에 포함됐다. 한전KPS(22.4%) BGF리테일(18.3%) 카카오(16.7%) 하나투어(14.7%) 등도 최근 석 달간 상위 종목 명단에서 빠진 적이 없는 공매도 ‘단골 타깃’이다. 주가가 사상 최고가에 근접했던 지난 21일 삼성전자에도 15%의 공매도가 몰렸다.

공매도 표적이 된 종목들은 대부분 주가가 떨어졌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가 늘어나면 추종 매도가 잇따르면서 주가를 떨어뜨리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악재를 더욱 키우는 효과를 낸다. 지난 5월 정부가 화력발전소 정비 등 독점 영역을 민간에 개방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한전KPS의 공매도 물량이 급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5월24일에는 공매도가 거래량의 절반이 넘는 60.2%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한전KPS 주가는 7만3500원에서 6만4500원으로 12.2% 하락했다.

실적에 관계없이 주가가 단기 급등한 종목에 공매도가 집중되기도 한다. LG전자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39.5% 늘었지만 올해 내내 공매도 공세에 시달리며 주가가 3월 고점 대비 20%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공매도 세력 때문에 불필요한 회사 자금이 자사주 매입에 투입되고 있다”고 호소할 정도로 공세에 시달렸던 셀트리온은 최근 공매도 거래 비중이 10% 아래로 떨어지며 주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허울뿐인 공매도 공시 효과

전문가들은 공매도 세력의 매매 패턴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보고 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주가가 충분히 떨어졌다고 판단될 때 쇼트커버링(공매도한 주식을 갚기 위해 다시 매수하는 것)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주가는 일시적으로 상승한다. 하지만 최근엔 쇼트커버링 없이 꾸준히 해당 笭컥?공매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지난달 30일 공매도 공시제도를 시행한 이후 공매도 비중은 며칠 주춤하는가 싶더니 다시 늘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차잔액은 공매도 공시제도가 임박했던 6월 초 62조원대에서 이달 초 59조원대까지 감소했지만 지난 11일 이후 다시 60조원대를 회복했다. 대차잔액은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으로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대차잔액을 공매도 선행지표로 본다.

제도 시행으로 투자 전략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우려한 기관투자가들이 일부 공매도 물량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코스피지수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지수가 다시 떨어질 것으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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