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해변의 낭만…황홀한 야경…그 여름 해운대의 추억

입력 2016-07-24 15:49  

[ 김명상 기자 ]
부산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해운대다. 구한말까지 사람이 살지 않는 갈대밭이었던 해운대는 이제 국내에서 손꼽는 피서지로 자리 잡았다. 백사장 길이가 1.5㎞, 면적이 8만7600㎡에 달하는 해운대는 수심이 얕고 조수의 변화가 적은 해수욕장으로 해마다 1000만명이 넘는 피서객이 찾는다. 매년 해수욕장 개장 때가 되면 각종 행사와 축제가 열려 해운대를 찾는 관광객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해운대 - 한국 해수욕장의 1번지

부산 동백역에서 내리면 동백섬을 지나 해운대로 갈 수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이 시작되는 지점에는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이 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모래사장이 나타난다. 해운대해수욕장의 모래는 해운대구 우동의 장산계곡에서 발원하는 춘천천(春川川)으로부터 유입된 모래와 조개껍데기가 오랜 세월 풍화작용을 거쳐 다듬어진 것이다. 모래찜질과 물놀이를 즐기다 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간다.

해가 지더라도 해운대의 낭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2005년에는 해운대해수욕장 경관조명 공사가 완공돼 밤까지 바다를 즐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제10회 바다축제 개막에 맞춰 불을 밝힌 경관조명은 해운대해수욕장 전 구간과 달맞이길 일대에 설치됐다.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콘도 앞까지 1.6㎞가량 펼쳐져 있으며 피서철에는 오전 2시까지 가동한다. 해수욕장의 광장과 보행로, 주변 수목 등과 어우러진 조명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해변의 낭만을 북돋워준다.

동백섬 - 한 바퀴 돌며 치유의 시간을

해운대는 ‘걷기 여행’에도 제격이다. 초행이라면 동백섬부터 도전해보자. 동백섬은 애초엔 섬이었으나 오랜 세월 진행된 퇴적작용으로 육지와 이어졌다. 동백섬을 한 바퀴 도는 코스는 길이 900m 정도로 큰 부담이 없어 누구나 걸을 수 있다.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앞에서 출발해 누리마루 APEC 하우스 쪽으로 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섬을 한 바퀴 도는 내내 바다를 볼 수 있다.

걷다 보면 누리마루 APEC 하우스가 나타난다. 2005년 APEC 정상회의 회의장으로 쓰인 곳으로 지금은 하루평균 4000~5000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세계의 정상이라는 뜻의 누리마루는 한국 고유의 정자를 본떠 만들었다. 내부에는 작은 등대가 세워진 전망대가 있는데 동백섬 일주의 반환점에 해당하는 곳이다. 오른쪽에는 누리마루, 왼쪽에는 바다 그리고 뒤편으로 광안대교와 이기대공원이 자리하고 있어 뛰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전망대 근처에선 ‘해운대(海雲臺)’라고 쓰인 석각을 볼 수 있다. 통일신라 뺑袖?학자이자 문장가인 고운 최치원(857~?)의 글씨다. 만년에 가야산으로 입산할 때 이곳을 지나다가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절벽 아래 큰 바위에 ‘해운대’라는 글자를 남긴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동백섬 정상으로 올라가면 최치원 선생 동상과 기념비가 있으니 들러보면 더욱 좋다.

더베이 101 - 눈부신 야경에 더 화려한 밤

야경으로 유명한 홍콩이 부럽지 않은 곳. 밤이 되면 화려하게 불을 밝히는 마린시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홍콩도 부럽지 않은 야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최고 80층까지 솟은 고층 빌딩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밤바다에 일렁이면 환상적인 분위기가 더 짙어진다.

마린시티를 마주 보고 있는 ‘더베이 101’은 자연 풍광과 마린시티의 야경을 감상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다. 낮보다 밤에 찾는 사람이 더 많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더베이 101에 모여든 사람들은 저마다 카메라를 꺼내 들고 사진 촬영에 바쁘다.

마린시티의 야경이 잘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선 맥주를 마실 수 있다. 형형색색의 불빛을 배경으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 하루의 피로마저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건물 안에도 야경을 즐기며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2층에 있는 ‘핑거스앤쳇 다이닝펍’의 창가에선 재즈의 선율과 어우러진 야경과 밤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미국 텍사스 스타일?바비큐와 싱싱한 해산물 파스타가 인기. 50년 전통의 등심 전문 식당인 ‘대도식당’도 2층에 있다.

달맞이길 - 드라이브하며 멋진 추억을

달맞이길은 해운대해수욕장을 지나 송정해수욕장으로 향하는 길목(와우산 중턱)에 있는 유명 드라이브 코스 중 하나다. 벚나무와 송림이 울창하게 들어찬 호젓한 오솔길로, 15번 이상 굽어진다고 해 ‘15곡도(曲道)’라고도 하며 길이는 8㎞에 달한다. 특히 정월 대보름날 달빛과 어우러진 바다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길목 중간 부분에는 달맞이동산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는 1997년 2월 건립한 정자 ‘해월정(海月亭)’이 있다. 달을 가장 멋지게 볼 수 있는 해월정은 정월에 달빛을 받으면 사랑의 언약이 이뤄진다는 전설 때문에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벚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진 굽잇길을 올라가면 산 정상에 해마루 전망대가 나타난다. 아침에 망망대해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해운대 신도시를 비롯해 광안대교, 오륙도, 태종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푸른 바다, 백사장, 동백숲,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절경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멋진 추억을 선사한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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