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혁 기자 ]
“어떻게 생각이 다르다고 다 쏴 죽이니?”
켈로부대원이 북한군 인천방어사령관 림계진(이범수 분)에게 총살당하면서 말한다. 그는 북한군이 점령한 인천에서 대한민국을 위해 간첩활동을 하다 발각됐다. 러시아에서 공산주의를 배운 유학파 림계진은 노동자들의 계급투쟁으로 자본가를 타도해야 한다고 믿고 이에 어긋나는 사람은 망설임 없이 사살한다. “모두가 잘살아야 한다”고 외치는 그에게 ‘혼자’ 잘사는 부르주아지는 타도해야 할 적이다.
림계진은 “이념은 피보다 진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적진에 잠입한 국군 해군첩보부대 대위 장학수(이정재 분)는 ‘이념보다 피가 진하다’고 맞선다. 부르주아지였던 아버지를 공산당 강령에 따라 직접 처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뼈저리게 느낀 교훈이다.
오는 27일 개봉하는 이재한 감독의 전쟁영화 ‘인천상륙작전’은 북한 전체주의 이념을 대변하는 림계진과 한국 자유주의를 상징하는 장학수의 대결로 6·25전쟁을 그려낸다. 림계진은 치밀하고 명석한 인물이다. 그가 이끄는 북한군 ?한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대신 개성 있는 인물은 없다.
이에 비해 장학수를 비롯한 해군 첩보부대원들은 지원 동기부터 각양각색이다. “어머니를 지켜드리기 위해 싸웁니다.” “쌀을 많이 준다고 해서 지원했어요. 제가 번식력이 강해 식구가 많거든요.” 자유민주주주의를 수호하겠다는 거창한 구호나 명분은 없다. 그러나 가족과 이웃의 생명이 어떤 이념보다 소중하다는 것은 안다. 맥아더 장군이 한국에 애착을 가진 것도 한 소년병의 용기에 감복해서다.
이 영화는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한 달 만에 낙동강 지역을 제외한 한반도 전역을 빼앗긴 남한이 9월15일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를 뒤집기 1주일 전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다. 전문가들이 ‘성공 확률 5000 대 1’로 예상한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려면 해군 첩보부대원들이 미리 길을 확보해야만 한다. 맥아더 장군의 지시로 장학수 대위 일행은 적군으로 위장 잠입해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미덕은 남북한의 전쟁을 첩보전 양상으로 박진감 넘치게 풀어낸 데 있다. 장학수는 끊임없이 정체가 탄로 날 위험에 처한다. 이 와중에 인천 앞바다에 매설된 기뢰지도를 찾아내야 한다. 그의 계획은 계속 차질이 빚어지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쟁영화의 스펙터클도 놓치지 않았다. 인천상륙작전에 나선 함대와 함포사격 장면은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란 명언을 남긴 맥아더 장군의 철학도 대사를 통해 온전히 살려낸다. 젊음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이며, 그 마음가짐이란 이상을 잃지 않는 것이다. 맥아더는 말한다. “이 瓚?포기하는 순간, 영혼은 주름진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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