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미국의 발명가 딘 케이먼이 고안한 ‘아이봇(iBOT)’은 스스로 균형을 잡는 휠체어에서 출발했다. 이후 케이먼은 아이봇에 활용된 ‘자이로스코프(균형장치)’를 응용해 두 바퀴 이동 수단인 세그웨이(segway)를 선보였다.
세그웨이는 등장하자마자 개인 이동 수단으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비슷한 제품을 내놓는 기업이 하나둘 늘어갔다. 도로를 지지하는 바퀴 숫자가 줄어든 혁신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또 세그웨이에서 촉발된 개인 이동 수단은 두 바퀴를 한 바퀴로 줄여 지금의 ‘전동 휠’에 도달해 있다.
반면 자동차 기업인 도요타는 바퀴가 셋인 1인용 이동 수단 ‘아이로드(i-Road)’를 선보인 지 오래다. 자동차의 기본적 특성을 유지하는 데다 안전성도 확보하기 쉬워 선택했다. 전자 회사들이 ‘재미있는 탈것’으로 전동 휠에 접근할 때 자동차 기업은 ‘안전한 탈것’으로 이동 수단 시장에 발을 걸친 형국이다.
제너럴모터스(GM)의 두 바퀴 도심 이동 수단 EN-V, 움직이는 전동 의자로 표현되는 도요타의 ‘아이리얼(i-real)’ 콘셉트, 혼다의 실내 이동 수단 ‘유니컵(UNI-CUB)’ 등도 가까운 미래 모빌리티(이동) 시대의 다양한 탈것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미래 도심 모빌리티 시장을 전망할 때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것이 ‘춘추전국시대’다. 자동차 회사는 물론 가전 기업, 심지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간단하게 ‘탈것’을 만들어 내는 시대가 머지않아서다. 이미 시중에 직접 활용이 가능한 배터리가 넘쳐나고, 바퀴를 비롯해 이동에 필요한 구조 장치 패키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또 자율주행자동차의 등장으로 교통사고가 사라지면 굳이 안전을 위해 큰 차를 타지 않아도 되고, 3차원(3D) 프린터의 등장으로 서비스 필요성도 감소하게 된다(유엔 2040 보고서).
최근 완성차업체들이 로봇 개발에 뛰어들고, 거동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이동 보조 기구를 내놓는 것도 결국은 모빌리티를 포함한 모든 ‘탈것’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탈것’의 범위는 대단히 넓다. 땅에서 발을 떼는 모든 것이 탈것의 개념에 포함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펀 투 드라이브’가 아닌 ‘펀 투 라이드’의 개념에 기반한 미래 예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탈것이란 단순히 바퀴를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모든 것을 담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한 예로 아이들의 유모차 또한 탈것이다. 스프링으로 상하 진동을 흡수하는 침대 또한 탈것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의미다.
요즘 거대 자동차 기업의 ‘미래 100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도요타는 미래 100년을 유지하기 위해 ‘탈것’ 제조에 머물지 않고, ‘탈것’을 움직이는 근원인 에너지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BMW 또한 미래 100년을 위해 정보기술(IT)과의 융합에 집중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미래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한 현재의 노력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 방향성 설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항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탈것’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시점이며, 그에 따른 자동차 회사의 변신은 ‘하면 좋다’가 아니라 ‘해야 한다’이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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