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훈 기자 ] ‘찜통더위’가 계속된 25일 낮 12시. 최고 전력 수요가 7905만㎾로 뛰어오르며 여름철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한국전력거래소의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전력 예비율이 12.5%(예비력 987만㎾)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보통 예비력이 400만㎾ 미만이면 ‘비상’, 500만㎾ 미만이면 ‘비상준비’ 태세를 갖춘다.
여름철 최고 전력 수요 기록이 깨진 건 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지난 11일에도 7820만㎾를 기록해 종전 기록을 넘어섰다. 이날 예비력은 728만㎾였다.
전력 수요가 높아지는데도 2012년이나 2013년처럼 ‘전력 대란’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신규 발전소 4기 등이 준공되면서 전력 공급이 증가한 게 첫 번째 이유다. 올해 전력 공급은 작년보다 250만㎾ 증가해 최대 전력 공급이 9210만㎾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는 수요 측면이다. 전력 대란을 겪은 뒤 전기요금이 다섯 차례 올랐고, 요금도 계절별·시간대별로 차등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피크 때 전기를 아끼는 습관이 배어 있다는 게 전력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전력 예비율이 언제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예비율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자 “쓸데없이 많은 발전소를 지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정부가 전력 수요를 과다 예측해 발전소를 자꾸 짓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웠는데 수요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전력 대란을 겪은 지 3년도 안 됐는데 벌써 전기가 남아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만에 하나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나면 국회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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