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69개·국민의당 24개 규제법 쏟아내
기존 법에 규제 덧칠한 개정안이 대부분
[ 장창민 기자 ]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쏟아진 기업 관련 법안 180개 중 3분의 2인 119개가 규제 법안입니다. 규제 폭포 같은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20일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과연 119개 규제 법안은 무슨 내용이고 어느 정당 의원이 쏟아낸 걸까.
대부분 더민주·국민의당 발의
20대 국회에서 쏟아낸 119개 기업 규제 법안의 절반 이상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은 가장 많은 기업 규제 법안(8개)을 발의한 의원으로 꼽혔다. 발의된 법안 대부분은 상법 개정안 등 대기업 지배구조나 거래 과정에 관한 추가 규제를 끼워 넣는 것이 많았다.
한국경제신문이 20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119개 기업 규제 법안(7월15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다. 기업 규제 법안을 가장 많이 쏟아낸 정당은 더민주였다. 더민주 소속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상법 일부 개정 법률안(김종인 의원 등 120명) 등 69개로 압도적이었다. 새누리당(11개)의 여섯 배에 달했다.
국민의당도 24개로 정당 규모에 비해 많은 편이었다. 이어 정의당(8개), 무소속(1개) 순이었다. 눈에 띄는 것은 정부도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 등 6개의 기업 규제 법안을 냈다는 점이다.
기업 규제 법안을 가장 많이 쏟아낸 의원 1위와 2위는 모두 국민의당 소속이었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이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 등 8개로 가장 많은 규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일부 개정 법률안 등 6개를 낸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2위였다. 5개의 규제 법안을 낸 박영선 이인영 박용진 한정애 의원 네 명은 공동 3위였다. 네 의원 모두 더민주 소속이다.
“재탕·삼탕식 규제 법안 많아”
국회의원들이 쏟아낸 기업 규제 법안 119개 중 새로 법을 만드는 제정안은 11개였다. 나머지 108개는 기존 법 개정안으로 분석됐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경제민주화나 대기업 개혁을 외치는 야당 의원들이 앞다퉈 기업 규제 법안을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규제 틀을 들이댔다기보다는 기존 법에 규제를 덧칠하는 식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마다 과거 발의한 개정안을 재탕, 삼탕식으로 베껴 내다 보니 내용이 겹치는 개정안도 많다”고 분석했다.
119개 기업 규제 법안을 큰 틀에서 나눠보면 기업 거래 규제 등이 52개로 가장 많았다. 노동 규제가 41개였으며 대기업 규제가 18개, 기업 증세 관련 규제가 8개였다.
재계에서는 119개 법안 중 △상법 일부 개정 법률안△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김동철 의원 등 11명) △제조물 책임법 일부 개정 법률안(백재현 의원 등 10명) △유통산업발전법 일부 개정 법률안(조경태 의원 등 12명) △소비자집단소송법안(서영교 의원 등 16명) △법인세법 일부 개정 법률안(추경호 의원 등 10명)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 법률안(정성호 의원 등 10명)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박남춘 의원 등 10명)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인영 의원 등 14명) 등을 기업을 옥죄는 대표 규제 법안으로 보고 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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