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국민 아닌 사적 이익이 우선
특혜 없애고 스스로 개혁케 해야
김영봉 <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
우리는 경북 성주군에서 집단이기주의 행태를 목격했다. 주민 3000여명이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선정의 불가피함을 설명하는 황교안 국무총리 일행에게 달걀과 물병을 날렸고, 지방경찰청장 이마가 깨졌다. 불도저로 퇴로를 막아 총리 일행은 여섯 시간 반 동안 감금 상태로 옴짝달싹 못했다. 일부 주민이 청사 안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호원 등과 충돌이 발생했다.
이런 집단이기주의 행태는 대체로 정치인들이 유발하는 것이다. 사드 배치는 북의 핵 공격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려는 국가적 선택이다. 사드 레이더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도 상식이다. 그런데 앞장서 주민을 설득해야 할 집권당 의원들부터 “사드는 찬성하지만 내 지역은 절대 안 된다”고 공언하고 다녔다. 이런 국회의원들이 ‘사드 결사반대’ 혈서를 쓰는 군수를 만들고, 군민들을 거리로 내몰았다고 할 수 있다.
요사이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을 외치지만 이 시대 가장 필요한 개혁은 ‘국회개혁’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 국회는 국리민복(國利民福)의 논의장이라기보다 특권, 공천, 진영이익 따위만 다투는 ‘사인(私人)의 놀이터’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대 의원들은 국회를 고의로 거부·포탈하고, 간혹 국정·법안 처리를 해줄 때도 사물(私物)처럼 흥정하고 다발로 묶어 거래하기를 일삼았다. 이런 공공의식 없는 국회에서는 아무리 중요한 국가의 안보·개혁·혁신 과제라도 처리될 가망이 없는 것이다.
우리 의원들이 국민 대표로서 공적 본분을 잊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 아마 그들의 특권이 더없이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 주무왕(周武王)이 천하통일을 하자 서쪽 변방의 나라에서 진기한 개를 선물했다. 왕이 이 개에 마음이 홀려 사신에게 큰 상을 내리자 소공 석(召公 奭)이 왕에게 경계(警戒)의 글을 올렸다. 그 한 구절이 ‘완물상지(玩物喪志)’, 곧 물건을 너무 아끼고 놀면 사람의 뜻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초선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비가 부족해 대출을 받았다고 하소연해 빈축을 샀다. 국가로부터 연 세비 1억3796만원, 의원실 운영 등 지원비 9100만원 등을 받지만 국회의원 활동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소중한 국회의원 직을 계속하려니 의원사무소, 수많은 운동원과 선거구민 관리에 무수히 돈을 써야 한다. 국가가 연 3억7000만원을 지급해 대주는 7명 보좌관도 역시 지역구 일에 써야 할 것이다. 과연 국가가 국회의원의 이런 사적 선거관리비용까지 지원하는 게 정당한 일인가.
국회의원들의 비싼 시간 역시 국회 출석보다는 공천 획득과 선거를 위해 무수히 사람 만나고, 조직 관리하고 돌아다니는 일에 써야 한다. 의원이 그렇게 정신적·육체적 에너지를 다 허비하면 국가·국민을 위한 힘이 남아나겠는가. 국회의원에게 너무 많은 완물(玩物)을 줄수록 그들이 국가의 일을 생각할 겨를은 더욱 줄어들 것이 자명하다.
만약 의원 특권이 마치 일반 회사원처럼 내려진다면 아마 권력과 이익 때문에 국회의원 하는 이들은 대부분 미련 없이 국회를 떠날 것이다. 애국심, 지혜, 성실성 등을 구비하고도 돈 쓰고 권력자에게 청탁·아부하는 일이 싫어 정치에 나서지 않던 사람들이 국회로 갈 길은 더 크게 열릴 것이 기대된다. 또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나 공천 활동에 쏟던 노력·비용·시간 낭비가 없어져 훨씬 국사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얼마 전까지 국회의원들은 “세비 절반으로 줄이자”, “특권 포기하겠다”고 외쳤으나 사드 배치 같은 큰 뉴스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조용해졌다. 그들이 마지못해 이런 ‘립 서비스’라도 하게 된 것은 신문·TV·시민단체 등이 터무니없이 큰 의원 특권을 계속 이슈로 만들고 보도해 압력을 주었기 때문이다. 향후 영향력 있는 여론이 이보다 몇 배 강력하게 계속 국회의원을 압박해야 우리는 국회가 스스로 본격적 개혁에 착수하는 날을 곧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김영봉 < 중앙대 명예교수·경제학 kimyb5492@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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