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재연 기자 ] ‘무소유(無所有)’의 청빈한 삶은 수행자의 미덕이다. 집착을 버려야 번뇌 망상이 사라지고 지혜를 얻을 수 있어서다. 이런 수행자들에게도 아끼는 사물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의미일까. 선(禪) 전문잡지 ‘고경’의 유철주 편집장이 스님의 ‘물건’에 주목한 까닭이다.
유 편집장이 월서 법주사 조실, 무원 부산 삼광사 주지 등 14명의 승려와 2명의 수행자가 가장 아끼는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스님의 물건(맑은소리맑은나라 펴냄)을 출간했다.
책에 소개된 애장품은 다양하다. 생명이 붙은 것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있다. 아미타불, 불단(佛壇), 화엄경, 보리수 잎처럼 ‘불교적인’ 것부터 여권, 고무신, 빨간색 스티커, 외국인 제자들, 학위논문 등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까지 다양한 물건만큼이나 이에 깃든 사연도 다채롭다.
혜담 스님(광주 각화사 주지)은 스승인 광덕 스님에게 받은 보리수 잎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광덕 스님이 “나는 법(法·깨달음)이 없으니 보리수를 깨달음의 징표로 삼아서 수행 정진하라”며 준 것이다. 혜담 스님은 “큰스님의 가르침이 녹아 있는 이 보리수 잎은 나에게 생명과도 같다”며 “나태해질 때 이 보리수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법현 서울 열린선원장은 한 작가가 만들어준 ‘윤회금지’라는 표지판을 애지중지한다. 도로교통 표지판 중 ‘U턴 금지’ 모양을 닮았다. 법현 스님은 “부처님 공부를 열심히 하고 정진해서 윤회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를 담은 것인데,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라며 웃었다.
인도에서 한국 불교를 찾아온 혜달 강화 연등국제선원 주지는 스승인 원명 스님의 ‘여권’을, 조계종 포교원장을 지낸 지원 스님은 ‘외국인 상좌들’을 자신의 보물로 꼽았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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