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하는 금융지주] 해외 공략·모바일뱅크…저성장 뚫는 은행들 '신무기'

입력 2016-07-28 17:09  

신한금융, 글로벌·디지털 부문 강화
내실 있는 현지화로 고수익 기대

수익 다변화 집중하는 KB금융
보험·펀드·자산관리 등 고객접점 확대
하나금융은 비대면 채널 경쟁력 높여

업계 첫 모바일은행 앞세운 우리은행
상반기 '깜짝실적'…민영화 가속도



[ 서욱진 기자 ] 저(低)금리와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로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은 이자 마진에 크게 의존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수수료 등 비(非)이자 부문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소비자 반발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짜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는 모바일뱅크 등 신기술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위기를 또 다른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만들었던 금융지주사들의 저력이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국내 1등 금융그룹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기 위해 글로벌 진출과 디지털 부문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올초 경기 기흥 신한은행 연수원에서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한 ‘2016년도 신한경영포럼’에서 발표된 6대 중장기 전략과제에서도 디지털 금융 등 창조적 혁신을 통한 가치 창출 선도와 글로벌 비즈니스를 통한 신성장 기회 확보가 가장 큰 화두였다. 신한금융의 글로벌 전략은 단순히 진출 국가 수 확대가 아니다. 진출한 국가의 경제 상황, 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진정성 있는 현지화 영업을 통한 수익 창출이다.

신한금융은 국내는 저성장 및 저금리 추세가 고착화되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임직원들에게 “성과 평가 기준은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모든 영업 활동은 단기적인 내부 성과 평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KB금융은 저성장과 저금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익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다. 보험·증권·펀드·채권과 복합상품 판매, 고령화에 따른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에 올 하반기 사업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장기간의 노력으로 쌓아 올린 고객과의 신뢰가 필수”라는 윤 회장 경영 철학에 따라 KB금융은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짜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올 하반기 리딩뱅크(선도은행) 경쟁에 본격 뛰어든다. 올 상반기에 KEB하나은행이 옛 하나·외환은행의 정보기술(IT) 시스템 통합을 마무리하면서 시너지 창출이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전산 통합을 계기로 온라인 전용상품 출시 등 비(非)대면 채널의 경쟁력을 높이고 은행과 비(非)은행 간 협업을 강화해 자산관리와 글로벌사업 부문에서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전산 통합으로 옛 하나·외환은행과 거래해 온 소비자는 전국 933개 KEB하나은행 모든 영업점에서 동일한 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옛 하나·외환은행 법인을 하나로 통합했지만 전산시스템이 달라 창구 업무는 이원화 상태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지난 9개월 동안 1400여명을 투입해 여·수신, 외국환, 재무회계, 투자 등 모든 업무 분야에 걸쳐 전산 통합 작업을 준비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수익성과 건전성을 크게 개선시켰다. 민영화를 위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올 상반기 동안 직접 발로 뛴 세 번의 해외 기업설명회(IR)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우리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을 대거 끌어올리면서 주가를 상승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에도 ‘100일 작전’을 통해 연간 목표를 조기 달성할 계획이다. 민영화 이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 은행권 최초의 모바일은행인 위비뱅크를 앞세운 모바일플랫폼 사업과 글로벌 진출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9일 실적발표를 통해 올 2분기 당기순이익 3070억원에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 7503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상반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45.2% 급증했다.

출범 5년차를 맞은 농협금융그룹은 총자산 448조원(올 1분기 기준)의 대형 금융그룹이다. 2012년 이른바 ‘신경(信經)분리’ 사업구조개편을 통해 금융그룹을 설립했고, 출범 후 2년차에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에 휘말리면서 부실채권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협금융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내실 경쟁력을 갖추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1년간 시스템, 제도 정비, 조직효율성 제고, 리스크관리 시스템 정비 등 취약부문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투자금융(CIB) 사업 기반 구축, 프라이빗에쿼티(PE) 사업 경쟁력 강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BNK금융그룹은 2014년 경남은행, 작년 BNK자산운용을 인수하면서 총자산 101조원에 당기순이익 4855억원(작년 말 기준)의 국내 5대 금융그룹으로 올라섰다. 2011년 부산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그룹 체제로 개편한 뒤 2013년 8월 성세환 회장이 2대 회장으로 취임한 후 그룹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성장 동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해 온 결과다. 지난 2월에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4725억원(7000만주)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하는 등 성장 기반을 착실히 다지고 있다.

올해 BNK금융은 자산 증가 위주의 양적 성장은 지양하고 조직의 효율성과 수익성 강화를 통해 미래 성장의 밑거름을 다지는 내실 경영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연말까지 그룹 전체 순이익을 전년 대비 약 11% 늘어난 54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정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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