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김영란법 합헌 결정] 합헌 7 "교육·언론 사회적 영향력 커" vs 위헌 2 "국가가 민간 감시 안돼"

입력 2016-07-28 17:35  

쟁점별 헌재 결정 살펴보니…

배우자 신고 의무, 5 대 4로 간신히 '합헌'
"언론·교육은 첫단계"…전방위 확대 여지



[ 김인선 기자 ]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김영란법)에 대해 내린 합헌 결정의 핵심은 “김영란법이 추구하는 공익이 교육과 언론 자유 위축에 따른 폐해보다 더 크다”는 말로 요약된다. 하지만 국민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 앞으로도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김영란법은 언론통제법, 가정파괴법, 국민불통법, 복지부동조장법이 됐다”며 국회의 법개정을 촉구했다.


헌재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의 쟁점 네 가지에 대해 모두 합헌으로 결론 내렸다. 우선 법 적용대상에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포함시킨 규정에 대해선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이 분야의 부패는 파급효과가 커 피해가 광범위하다”며 “이들을 공직자에 포함시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것을 금지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하면서 “국회가 민간부문의 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의 첫 단계로 교육과 언론을 선택한 것이 자의적 차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보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김영란법이 공정성, 청렴성 등이 요구되는 다른 민간부문인 시민단체와 법률·의료·금융·건설·방위산업 등으로 확대될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헌재는 ‘부정청탁’ ‘사회상규’ 개념이 모호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로 충분히 그 의미를 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대법원은 부정청탁에 대해 많은 판례를 축적하고 있고 사회상규 개념도 형법 20조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 의미에 대해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해당 행위 유형을 14개, 예외 행위를 7개 열거하고 있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가장 첨예하게 엇갈린 쟁점은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과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의 금액 상한선 규정이다. 두 쟁점은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로 합헌 결정이 났다.

헌재는 공직자 등이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와 형사처벌을 받도록 한 조항에 대해 “사립학교 관계자나 언론인의 배우자가 남편 또는 아내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 등을 받은 행위는 사실상 사립학교 관계자나 언론인 자신이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우자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우회 통로를 차단해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려는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는 뜻이다.

헌재는 ‘3만·5만·10만원’ 규정을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에 위임해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청구인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 금액은 시대적·경제적 변화나 국민인식 변화, 업무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그 금액을 일률적으로 법률에 규정하기 곤란하다”며 “사회통념을 반영하고 현실 변화에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탄력성 있는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헌재의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으로 인한 혼란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헌재 결정문에서 보듯 각 조항에 대한 위헌 의견이 상당수 제시됐다는 것은 여전히 김영란법에 위헌 요소가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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