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분기 만에 영업이익 8조 돌파 '어닝 서프라이즈'
업계 유일 48단 3D 낸드 양산
화성 17라인 공장 하반기 가동…완공 앞둔 평택공장 3D 낸드 생산
스마트폰 OLED 석권나선 삼성
10조 투입 중소형 생산라인 증설…'경쟁사' 애플에도 패널 납품 계약
"과감한 투자로 업계 1위 굳힐것"
[ 김현석 기자 ]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타이밍 산업’으로 불린다. 앞서 기술을 개발하고 대량 생산에 나서면 큰돈을 벌 수 있다. 대신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오른 건 이 같은 ‘업의 개념’에 따라 최적의 투자 시점이 왔을 때 큰돈을 투입, 경쟁사들이 따라오지 못할 격차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삼성 내부에선 이를 ‘초격차’ 전략이라고 부른다. D램에서 치킨게임을 정리하고 독주체제를 굳힌 게 이런 전략의 결과였다. 삼성전자가 또다시 초격차 전략 실행에 나섰다. 이번엔 3차원(3D)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이 그 대상이다.
○“3D 낸드로 이익 극대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업계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장악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지난 분기(3월4일~6월3일) 2억15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이 13분기래 최저인 4529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다르다. 2분기 영업이익 2조6400억원을 거둬 1분기(2조6300억원)보다 소폭 늘었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무는 “업계의 3D 낸드플래시 램프업(수율 향상)이 지연돼 당사로 수요가 쏠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PC, 서버의 저장장치가 하드디스크에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전환되며 SSD의 원재료인 낸드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용량과 안정성, 속도에서 탁월한 3D 낸드로 수요가 쏠린다.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48단으로 쌓은 3세대 3D 낸드를 양산 중이다.
삼성전자는 경기 화성의 반도체 16라인 일부를 3D 낸드용으로 전환한 데 이어 화성 17라인 2단계 공장에도 3D 낸드 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하반기 장비를 반입해 연말께 가동할 계획이다. 또 연말 건물이 완공될 평택 공장에서도 3D 낸드를 생산하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이곳은 내년 하반기 가동에 들어간다. 전 전무는 “화성 17라인 일부 시설을 확보했고 추가 설비를 확보할 계획”이라며 “3D 낸드 중심으로 투자를 집행해 이익을 극대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도시바는 지난 25일 64단 3D 낸드를 개발했다며 내년 상반기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인텔도 올해 말부터 중국 다롄 공장에서 3D 낸드 양산에 돌입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말 48단 3D 낸드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쫓아오자 삼성이 막대한 투자를 통해 격차를 벌리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석권하겠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패널 생산라인 증설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초 애플과 내년 출시될 아이폰용으로 OLED 패널을 납품하기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동안 삼성전자 스마트폰용 패널 납품을 위해 충남 아산의 5.5세대 A2 라인에서 월 15만장(플렉시블 포함), 6세대 A3 라인에서 월 1만5000장 규모를 생산해왔다. 그런데 애플과의 계약으로 비슷한 규모의 증산이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올해 월 6만장에서 7만5000장 규모의 설비를 증설 중이며,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증권은 투자 규모가 내년까지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에 이어 애플까지 OLED 패널로 방향을 틀자 중국 화웨이 등 다른 스마트폰 회사도 OLED 패널 구매에 나서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에 비해 가볍고 얇은 데다 휠 수도 있어 폴더블, 롤러블 등 향후 응용 가능성도 높다. 이창훈 삼성디스플레이 상무는 “OLED 패널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며 “시장 수요에 맞춰 적기에 투자해 공급력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