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 피하기 위해 연말 주주명부 폐쇄 이전
주식 대거 내다 팔 가능성…코스닥시장 타격 받을 수도
[ 이현진 / 송형석 기자 ]
상장회사 주식을 15억원어치 이상 보유해 주주명부상 ‘대주주’로 분류된 투자자들은 2018년 4월 이후 거래분부터 매매차익의 20%를 양도소득세로 물게 된다. 대주주라는 ‘꼬리표’를 달지 않기 위해 연초에 주식을 샀다가 연말 전에 주식을 파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코스닥시장의 연말 수급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코스닥 종목에 악재?
정부는 28일 대주주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현행 세법상 소액 투자자는 주식 거래로 얻는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대주주로 분류되면 매매차익 중 일부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지금까지 유가증권시장 투자자는 지분율 1% 혹은 종목별 보유액 25억원, 코스닥시장 투자 渼?지분율 2% 혹은 보유액 20억원의 기준을 넘어야 대주주로 분류됐다. 하지만 세법 개정으로 2018년 4월1일부터 보유액 기준선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모두 15억원으로 낮아진다. 따라서 코스닥 종목을 17억원어치 보유한 투자자는 소액 주주에서 대주주로 지위가 바뀐다.
전문가들은 자산가들이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해가 바뀌기 전에 보유 주식을 내다 팔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 전에 주식을 처분하면 대주주 명단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 세금을 회피할 것이란 설명이다. 심형보 유안타증권 금융센터송파본부점 PB(프라이빗 뱅커)는 “세금도 세금이지만 국세청에 ‘대주주’ 명단으로 통보되는 것 자체를 꺼리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주주로 분류되지 않기 위해 주식을 파는 자산가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연말엔 지수가 오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김태성 하나금융투자 청담금융센터 부장은 “매년 11월께부터는 ‘매물 때문에 사면 안 된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 개별 종목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시가총액이 크지 않은 덩치 작은 종목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상장법인 대주주 요건은 완화
반면 비상장법인 대주주 요건은 내년 1월부터 지분율 2%에서 4%로 완화된다. 비상장법인 주식을 4% 이상 갖고 있는 투자자는 대주주로서 20%의 양도세율을 적용받고 그 이하를 갖고 있는 주주는 지금처럼 10%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보유액 기준선은 상장법인과 마찬가지로 15억원으로 낮아진다. 이 조치는 2018년 4월부터 시행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당초 비상장법인 대주주 요건을 지분율 1%로 낮출 계획이었으나 시가총액이 작은 비상장법인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따라 4%로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협회장외시장(K-OTC)에서 거래되는 비상장 주식의 거래수수료도 0.5%에서 내년 4월부터 0.3%로 완화된다. 비상장 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한 조치다. ‘BBB+’ 등급 이하인 회사채나 코넥스 상장 주식을 45% 이상 편입한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혜택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 펀드를 통해 얻은 이자와 배당소득을 1인당 3000만원까지 14% 세율로 분리과세했던 조항 일몰이 내년 말까지로 1년 연장됐다.
코스피200 주식워런트증권(ELW) 투자자에게 주어졌던 세금 혜택이 사라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세금을 물리고 있는 코스피200 옵션과 실질적으로 같은 상품인 만큼 면세 혜택을 계속 주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ELW에 대한 과세 시작 시점은 내년 4월이다.
이현진/송형석 기자 appl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