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쪽 분량인 장문의 결정문은 장황한 동어반복이었다. 헌법적 가치보다는 결론을 먼저 정해 놓았다는 의구심마저 든다. 사립교원과 언론 종사자가 포함된 조항을 합헌으로 본 주요근거로 여론조사를 거론한 점은 특히 당혹스럽다. ‘국민들이 교원과 언론인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포함을 지지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여론이 진리의 기준이라면 헌재가 왜 필요한가. 법 정신의 치밀한 논리는 사라지고 말았다. 대중의 지지를 근거로 히틀러를 옹호할 수는 없지 않나.
헌법에 규정된 언론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도 그렇다. 헌법 가치를 지켜내지 못하고 정치에 휘둘리는 헌재라면 스스로 권위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사학과 언론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법의 남용이나 악용을 전제로 기본권 침해 여부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 역시 헌법수호자로서의 직무유기다.
‘배우자의 식사대접 등을 미신고시 처벌 조항’에 淪?합헌 결정도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다. 비록 범인을 은닉하더라도 친족인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한 형법 규정과도 충돌한다. 위헌이 아니라고 해서 ‘좋은 법’인 것은 아니다. 김영란법이 언론통제법 가정파괴법 국민불통법 복지부동조장법이 안 되도록 법 시행일(9월28일) 전까지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시행해 보고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자’는 의원들의 행태는 책무에 어긋난다. 국회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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