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마지막 유리천장

입력 2016-07-31 17:56   수정 2016-08-01 05:10

김영주 < 더불어민주당 의원 joojoo2012@naver.com >


지난주 치러진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한 전당대회 뉴스를 접하다 문득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지금은 없어진 지 오래지만 내가 은행에서 근무했을 때 같은 일을 하는 여자 은행원은 남자 은행원에 비해 엄청난 차별대우를 받았다. 우선 월급 차이가 상당했다. 심지어 5년차 이상 된 여자 은행원의 월급이 갓 입사한 신입 남자 은행원보다 적었다. 이뿐만 아니라 호봉 체계도 달랐다. 당시 여자 은행원은 1년에 호봉당 1000원씩 인상되는데 남자 은행원은 호봉당 5000원씩 올랐다. 1980년대 당시 화폐가치로는 엄청난 차이였다. 각종 수당 역시 남자 은행원에게만 지급됐다.

승진과 직급에서도 여자 은행원은 차별을 받았다. ‘여행원’이라는 명칭은 단순히 ‘은행원 중에 여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직급이었다. 즉, 일반 은행원(남성)보다 한 단계 아래 있는 직급이었다. 따라서 ‘여행원’이 ‘여’자를 떼고 일반 은행원이 돼 승진하려면 전환고시라는 시험에 합격해야 했다. 여행원 사이에서는 ‘전환고시’를 ‘성전환고시’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전환고시는 여행원?일반 행원이 되는 기회라기보다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시험이었다. 제한된 응시 기회에 사법고시 수준의 어려운 과목들을 넣고, 한 과목이라도 기준을 넘지 못하면 탈락이었다. 그래서 처음 생긴 이래 몇 년간 합격자가 한 명도 나오지 못했으니 차별을 제도화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업장에서 남녀차별 문제는 내가 노동운동에 뛰어든 계기였다. 결국 7~8년간의 긴 싸움 끝에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됐고, 1992년에는 앞서 말한 여행원 제도도 폐지됐으며 이후 악명 높던 전환고시도 폐지됐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지명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미국에서 여성 최초로 대통령 후보로 지명돼 마지막 남은 ‘유리천장’을 깰 기회를 얻었다. 이를 상징하듯 클린턴 후보는 역대 남성 대통령의 얼굴 사진이 슬라이드 식으로 연이어 공개된 뒤 마치 유리천장이 깨지듯 스크린이 깨지는 듯한 상황에서 등장했다. 그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유리천장을 거둬내면 저 높은 하늘이 남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가 마지막 유리천장을 깨 1억6000만 미국 여성의 희망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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