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재정위기·대통령 부재에 전염병·치안·테러 공포까지
선수촌 등 줄줄이 완공 지연
지하철 노조는 파업 예고
국제유가 반토막에 재정난
"지옥에 온걸 환영합니다"
리우서 시간당 13번꼴 강도 사건
지카 이어 신종플루까지 기승
테러 위협에 수만명 군인 배치
[ 박종서 기자 ]
“저는 현실을 말해야 합니다. 뭔가 조치를 하지 않으면 이번 올림픽은 대형 실패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州) 프란시스코 도넬레스 주지사 대행이 주도(州都) 리우데자네이루시(市)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한 말이다. 그는 재정이 부족해 행사를 제대로 치르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도넬레스 주지사 대행의 우려는 올림픽이 닷새밖에 남지 않은 지금까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리우는 연방정부에서 약속받은 올림픽 개최용 긴급자금 29억헤알(약 9950억원) 전액을 아직 받지 못했다.
재정 문제뿐만 아니다. 국가적 행사를 이끌어야 할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탄핵 위기에 몰려 직무가 정지된 상태여서 개막식조차 참석하지 못할 냇測? 지카바이러스와 신종플루(H1N1)가 외국인 관광객의 불안을 키우고, 테러와 치안 부재 공포도 여전하다. 브라질이 리우올림픽에서 기대하는 1020억헤알(약 35조원)의 경제효과는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폭스뉴스는 “어떤 선수가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어느 나라가 몇 개의 메달을 딸지 예상하는 목소리는 사상 최악의 준비를 우려하는 소리에 완전히 묻혀버렸다”고 보도했다. “리우올림픽이 ‘총체적 난국(퍼펙트 스톰)’의 중심부에 들어와 있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리우올림픽은 오는 5일부터 21일까지 17일간 열린다. 역대 최다인 206개국 1만500명 선수가 출전해 28개 종목에서 금메달 306개를 놓고 기량을 겨룬다. 다음달 7~18일에는 장애인올림픽인 패럴림픽이 이어진다.
유가 급락과 리더십 부재에 속수무책
리우가 7년 전 제31회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을 때만 해도 브라질은 환호했다. 이탈리아 나폴리, 호주 시드니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리우에서 브라질의 매력을 마음껏 뽐내보겠다는 열기가 가득했다.
리우올림픽의 경제적 효과가 2027년까지 1020억헤알에 이를 것이란 상파울루대 연구 결과도 대회 개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주머니 사정도 괜찮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8년 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5.1%에 달해 세계 평균(1.8%)보다 훨씬 높았다.
발목을 잡은 건 국제 유가 폭락이다. 2013년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선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4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남미의 대표적 산유국인 브라질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3.8%로 1990년 외채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이후 가장 낮았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올해도 -3%대 경기침체를 예상했다.
리더십 공백도 발생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재정적자를 줄인 것처럼 정부회계를 조작하고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에서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지난 5월부터 직무가 정지됐다. 연립정부 파트너인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이 연정에서 탈퇴하면서 PMDB 소속 엔리케 에두아르두 아우베스 관광장관과 조르지 이우통 체육장관이 3월 물러났다.
현지 경찰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
흔들리는 경제와 리더십 부재는 올림픽 준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110억달러에 이르는 올림픽 예산은 제때 지급되지 못했다. 공사비가 부족해 지하철과 선수촌 등 기반시설 완공이 줄줄이 연기됐다.
AP통신은 “리우 지하철 확장 공사가 한 달 가까이 늦은 31일에 마무리되면서 운행 테스트 시간이 매우 촉박해졌다”며 “안전을 걱정하는 전문가가 많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지하철 노조는 9.83%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주정부가 5% 인상을 고수한다면 올림픽 개막 하루 전날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선수촌은 부실공사 문제로 골치 아프다. 지난 26일 브라질 현지 방송 TV글로보는 선수촌 아파트 272개동에서 57개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거나 샤워시설이 작동하지 않는 등 문제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호주 대표팀은 한때 입촌을 거부하기도 했다.
치안 불안도 걱정이다. 6월29일 리우 갈레앙국제공항 입국장에는 ‘지옥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렸다. 브라질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월급을 받지 못했다며 외국인 관광객 앞에서 시위를 벌인 것이다.
리우는 6월 재정위기로 ‘공공재난사태’를 선포한 뒤 경찰과 병원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제한했다. 브라질공공치안연구소는 리우에서 시간당 13번꼴로 강도·절도 사건이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의 테러도 올림픽을 위협하고 있다. 브라질 대테러당국은 IS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테러 모의 용의자 1명을 또 검거했다. 지난주에는 폭탄제조 정보를 공유하고 리우올림픽이 천국으로 가는 기회라는 내용의 대화를 주고받은 테러 용의자 12명을 체포했다. 브라질은 경찰력 부족을 감안해 수만명의 군인을 투입했지만 미국 등 각국의 정보당국은 테러 경고를 멈추지 않고 있다.
80%에도 못 미친 입장권 판매율
브라질에선 지카바이러스와 신종플루까지 창궐하고 있다. 올림픽 경기장 입장권은 29일 현재 610만장 가운데 480만장(판매율 79%)이 팔렸다. 당초 700만장이던 입장권을 90만장 줄였는데도 80%를 넘기지 못했다.
개막식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주요국 지도자가 불참한다. 국가 정상급 참석자는 2012년 런던올림픽의 절반에 불과한 40여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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